엄마는 빈 땅만 눈에 보이면 콩을 심어요. 아흔이 넘은 고령이지만, 총기도 좋고 부지런하세요. 낮에는 절대로 눕지 않고 9시 뉴스가 끝나야 자리에 눕는 강직한 분이신데요.

자투리땅에서 키운 갖가지 콩들이 수확되기가 무섭게 택배로 도착합니다. 검은콩 서리태, 된장콩 백태, 폭신한 식감에 강낭콩, 이름도 재미있는 호랑이콩, 색이 고운 완두콩,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부 등을 보냅니다. 동부는 추석에 송편 속을 넣으면 일품 송편이 됩니다.

빈 땅마다 심어 수확한 콩은 일년은 넉넉히 먹는 양이 돼요. 대단하신 울 엄마. 오늘 콩국수는 된장콩 백태로 만드는데요. 검은콩 서리태를 한주먹 넣으면 좋으련만 지난번 검은콩 떡을 만들때 다 쓰고 없어요.^.^ 오늘 콩국수 컨셉은 아주 진하게~ 엄청 고소하게~ 으스스할 정도로 시원하게~ 입니다.

재료 △백태 △국수 △참깨 △얼음 △오이

빈 땅 자투리땅에서 수확한 엄마의 순수 토종 국내산 콩입니다.

전날 저녁 백태를 깨끗이 씻어 물에 불려 놓았는데요. 6시간 정도 불리면 적당합니다. 잘 불린 콩껍질은 손으로 살짝 밀면 잘 벗겨집니다.

손으로 밀어 벗겨진 콩껍질들.

콩 삶기 아주 중요해요. 적당하게 삶아야 하는데요. 그 값을 구하는게 포인트입니다.  덜 삶으면 콩비린내가 나고 많이 끓이면 된장 뜨는 냄새가 나요.

맛있는 콩 삶기 값은 10분입니다. 끓기 시작하면서 10분 동안 끓여 주는것이 가장 알맞습니다. 10분이 되면 바로 불을 끄시고 뜸을 들입니다.

믹서로 콩을 갈아 줄 때 물은 최소화로 넣고 갈아 주세요.

참깨는 이만큼을 곱게 갈아 주세요. 좀 더 넣으면 고소할 것 같은가요? 아니고요. 참깨맛만 나요.ㅎㅎㅎㅎ

걸쭉한 콩물과 참깨를 쉐끼쉐끼~~

국수를 삶아 주세요. 끓는 물에 국수를 빙그르르~~

부르르 끓어오를 때 찬물을 쭈르르~ 넣어주면 면발이 탱글합니다.

냉수에 바락바락 비벼주면서 헹궈 줍니다. 이쁜 딸이 헹궈보겠다고 하는데..... 휴...(이 어설픔 어떻게 할 거야ㅋ)

"자~~ 채반에 잘 건져나 봐라" (이건..아니.. 아닌데...ㅠ)

괜히 주방에서 얼쩡거리던 남편 눈에 딱 띔~ "이리 오세요~ 오이 채 썰어 주세요" 얼마 전부터 요리는 생존을 위한 거라며 기회만 되면 시키고 있는데요.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얼음을 갈아서 그릇 아래쪽에 깔아 줍니다.

얼음 위에 걸쭉한 콩물을 주룩~

잘 삶아진 국수를 담고 달걀과 오이채를 올리고 참깨를 솔솔~ 뿌리고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습니다. 사진은 콩국물이 덜 진해 보이는데요 정말 진하고 맛있었습니다.

이쁜 딸이 "고소하고 시원하고 진하고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에요~"라고 하네요. (예쁨^.^) 과묵한 남편과 아들은 숨도 안쉬고 먹기만 합니다. (으이그~)

폭염이 더위가 된 것일까요. 시원한 콩국수를 먹어 그런지 조금 견딜만한 더위인데요. 서쪽 베란다에서는 제법 시원한 바람도 불어옵니다.

■ 허현희 기자 = 이것저것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손재주가 있다.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하고 웬만한 집안 인테리어는 손수한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인생 2막'으로 경기 김포에서 남편과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알콩거리며 살고 있다. 김포시가 발간하는 <김포마루> 시민기자, 시청 블로그 SNS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글을 쓰고 있다. 세이프타임즈 인재개발교육원 교수부장으로 재능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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