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우화(류시화·연금술사·356쪽·1만 6000원) = 우화가 펼쳐지는 무대는 폴란드 남동부 작은 마을 헤움. 상상 속 장소인 이 마을에서 어느 시대에나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그린다. 우화는 두 천사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지혜로운 자는 줄고 어리석은 자는 나날이 늘어나 걱정인 신은 두 천사를 부른다. 한 천사에게는 지상에 내려가 지혜로운 영혼들을 모두 모아 고루 떨어뜨리라고, 다른 천사에게는 어리석은 영혼들을 전부 자루에 담아 데려오라고 이른다. 그러나 두 번째 천사가 운반하던 자루가 찢어지면서 그 안에 있던 영혼들이 쏟아져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그렇게 바보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마을 헤움이 이뤄진다. 바보들은 예상과 달리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며 이곳을 세상 어느 곳보다 행복한 장소로 만든다. 이런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어리석은 면을 지닌 인간 속성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책에 담긴 우화들은 그런 어리석은 인간들이 인생에서 부딪히는 고민과 철학적인 문제들을 쉬운 이야기로 풀어놓는다.

■ 어느 하루(루이지 피란델로·정경희 옮김·본북스·203쪽·1만 2000원) = 피란델로는 극작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유명한 희곡 중에는 기존 단편소설을 개작한 작품이 많다. 이번 소설집에는 이 다섯 편 외에도 이 작품들을 한 편 영화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 '미차로의 까마귀'와 '어느 하루'를 함께 묶었다. 제52회 칸영화제 출품작인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유모' 원작인 동명 소설도 수록됐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피란델로 작품을 두루 만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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