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를 들자면 단연 축구다. 사람들이 축구를 즐겨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원시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장비도 복잡한 규칙도 없다. 운동장에 공하나 던져놓으면 그만이다. 축구의 기원은 기원전 6,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 '하패스톤(Harpaston)'이라는 경기가 영국에 전해졌다. 그러나 하패스톤은 오늘날 축구와는 거리가 멀다.

기원전 11세기경 영국인들이 적국인 덴마크 군인들의 두개골을 발로 차고 다닌 것이 시발점이라는 게 정설이다. 잔인하기는 하지만 영국이 축구의 종주국으로 대접받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도 축구에 대한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에 김춘추와 김유신이 어린 시절 '축국(蹴鞠)'을 자주했다고 전해진다. 근대 축구는 1882년 영국 군함 플라잉 피시가 인천 제물포항에 정박해 승무원들이 해변에서 축구를 한 것을 시작으로 보고 있다.

세계 축구팬의 시선은 러시아로 쏠리고 있다. 14일 막을 올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이 다음달 16일까지 열리기 때문이다.

월드컵은 올림픽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스포츠 제전으로 불린다. 그러나 월드컵은 올림픽과 다른 점이 많다.

올림픽은 도시를 개최지로 하지만 월드컵은 국가의 이름을 내세운다. 올림픽은 28개 종목에서 300여명의 우승자(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기준)를 가리지만 월드컵은 단 하나의 팀과 국가에 모든 영예를 수여한다.

올림픽이 개인의 명예를 존중한다면 월드컵은 팀, 나아가 국가의 자존심을 거는 것이다.

본선에 참가한 32개국이 마치 전쟁 같은 경기를 펼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1969년에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가 월드컵 예선에서 축구로 인해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만큼 축구는 박진감 넘치고 이변도 많다. 월드컵대회가 흥행면에서 올림픽을 능가하는 스포츠대회로 평가되는 이유다.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우리나라도 1986년 멕시코경기부터 월드컵에 단골로 출전하고 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내고 있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희망을 가져도 좋다. 축구는 팀 경기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전쟁으로 비교하면 첨단 무기가 동원되는 현대전이 아니라 육박전으로 비견되는 원시적 싸움이다. 이미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서 확인만 하는 현대전과 달리 원시적 싸움은 말 그대로 해봐야 아는 것이다.

비록 객관적 전력에서 어렵더라도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싸운다면 상대못할 팀도 없다. 세상에 이길 수 없다고 스스로 단정 짓는 싸움에서 이기는 경우는 없다. 아울러 세상에 이기지 못할 상대도 없는 것이다.

1983년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대표팀이 멕시코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4강에 올랐을 때 세계의 언론은 한국 대표팀을 '벌떼'로 표현했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司馬遷)은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보다 못하다"고 했다. 우리 대표팀의 상징은 호랑이다. 이젠 무늬만 호랑이가 아니라 벌이 되어 도전해야 한다.

무기력한 패배는 용서할 수 없어도 후회없는 도전은 국민 모두가 평가할 것이다. 우리 대표 팀의 도전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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