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시절 총기 난사사건 트라우마로 술에 의지해 살던 50대 국가유공자가 원룸에서 숨진 지 한달가량 만에 발견됐다.

고인은 수년간 연락 끊긴 유가족을 대신해 장례를 준비한 경찰의 도움으로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9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5시쯤 광주 서구 쌍촌동 이모(57)씨가 사는 원룸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가 112상황실에 접수됐다.

경찰은 원룸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심하게 부패한 이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원룸 관계자 진술과 시신 상태를 미루어 볼 때 이씨는 약 한달 전에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씨는 군 복무 시절 여러 명이 숨진 내무반 총기 난사사건으로 애꿎은 총상을 입어 국가유공자에 등록됐다.

당시 입었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던 그는 5년 전 아내와 딸을 둔 채 집을 나와 가족과 연락을 끊고 원룸에서 술을 마시며 지내왔다.

남편 사망 소식을 접한 이씨 아내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고 장례비조차 낼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하소연했다.

이씨 사망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가유공자증을 발견한 경찰은 유가족을 대신해 국가보훈처, 국립현충원, 병무청 등에 문의하며 장례 절차를 준비했다.

경찰은 광주지방보훈청을 통해 장례지원비와 사망 일시 지원자금 160만원을 받아 유족에게 전했다.

형사들은 사비를 털어 위로금을 건넸고, 원룸 내부 수리비를 해결했다. 또 이씨에게 매달 지급되던 국가유공자 연금을 아내가 승계받도록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경찰은 이씨의 국립현충원 안장을 보훈처에 신청했고, 보훈처를 이를 승인했다. 이씨는 9일 오후 대전현충원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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