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들어갈 때 마다 시선은 천장에 꽂힌다. 음식점에서는 메뉴판보다 방화문에 눈이 먼저 간다. 아파트 경비실에서도 반사적으로 수신기부터 본다.

이같은 행동은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직업병'이다. 소방관의 시선은 이처럼 안전을 염려하는 곳부터 반응하게 된다. 수많은 화마와 싸우면서 터득한 지혜다.

천장을 응시하는 것은 화재감지기를 찾는 위해서다. 방화문은 '생명문'이라 닫혀 있는지 살펴 본다. 수신기는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소방시설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화마가 다녀간 현장을 겪어 본 소방관의 데자뷰처럼 상상되는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질문한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사무실, 가정, 음식점 등 천장에 설치된 화재감지기, 스프링클러가 과연 불이 나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필자의 대답은 "예스(YES)"다.

▲ 노민영 양천소방서 예방과·소방장
▲ 노민영 양천소방서 예방과·소방장

소방시설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을 건물 외부로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유도한다. 수동이나 자동소화설비를 활용해 화재의 확산을 막고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설비다.

최근 3년간 장소별 화재를 분석해 보면 단독주택이 14.34%로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화재 전체 사망자 가운데 71.43%(7명중 5명)가 단독주택에서 발생했다.

이렇게 주택화재에 사망자가 많은 이유는 소방시설 설치 의무와 소방안전관리자를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 아파트와는 달리 일반적인 주택에서는 소화기와 같은 기초 소방시설조차 구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화재 발생시 발견도 늦을 뿐만 아니라 초기진압 조차 어려워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2월부터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파트를 제외한 일반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 '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률로 제정,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소방재난본부 통계에 따르면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가 의무화 됐지만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률은 37%(양천구 40.3%)에 그치고 있다.

대다수 시민은 여전히 기초 소방시설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편이다. 법적 규제 장치와 소방시설의 구매 편리성을 높이는 자치적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서울 양천 지역의 화재발생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화재 발생 원인의 부동의 1위는 '부주의'이며 '부주의'에 의한 화재 장소는 일반주택이 차지했다.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화재안전제도 개혁, 지속적인 현장에 맞는 화재대응시스템 강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잠깐 이용하는 시설이 아닌 내 집에 소방차 한 대 들여놓는다는 마음으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비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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