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별제 제거장치가 설치된 주유기. ⓒ 서울청 광수대
▲ 식별제 제거장치가 설치된 주유기. ⓒ 서울청 광수대

주유기 내부에 가짜석유 제조장치를 설치해 등유와 경유를 섞어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금까지 가짜석유는 별도의 장소에서 만들어 각 주유소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거래됐는데 단속이 늘자 주유소에서 가짜석유를 자체 제작하는 신종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석유와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혐의로 오모(48)씨를 구속하고 오씨와 함께 일한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오씨는 주유기에 특수 제작한 식별제 제거장치를 설치, 경유에 등유를 섞어 만든 가짜경유 260만ℓ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오씨 일당이 판매한 가짜경유를 시가로 따지면 31억원 어치다.

식별제는 경유나 등유에 부생연료유(副生燃料油) 등을 섞으면 이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첨가하는 화학물질이다. 오씨 일당이 사용한 식별제 제거장치는 마치 정수기 같아서 등유를 통과시키면 식별제가 없어진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오씨 일당은 경유와 등유를 섞었을 때 색이 옅어지는 것을 숨기려고 노란색 염료를 추가해 정기적으로 점검을 나오는 석유관리원 단속반의 눈을 피했다.

등유는 ℓ당 가격이 통상 900∼950원으로 경유보다 400원가량 저렴한 편이라 등유와 경유를 섞어 팔면 주유소 업주는 판매가를 낮춰 많은 손님을 모을 수 있다.

경찰은 오씨 일당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등유 식별제 제거장치를 제작·공급한 판매업자를 잡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오씨 일당 외에도 경기도 김포시 등 한적한 곳에서 늦은 밤 경유를 넣어야 하는 관광버스와 덤프트럭 등에 등유를 33만ℓ 주유해 3억2000만원을 벌어들인 혐의로 이모(49)씨 등 3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운전기사들이 인적이 드문 주차장에 연료 뚜껑을 열어놓은 채 차를 세워놓고 이씨 일당에게 전화로 장소를 알려주면, 이씨 일당이 그곳으로 직접 찾아가 등유를 넣어주고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유를 넣어야 할 차에 등유를 넣은 운전기사 15명에게는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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