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전문가들은 "단식은 칼을 대지 않는 수술"이라고 말한다.
단식은 체지방 감소와 면역력 증가, 숙변제거, 장기변화, 피부미용개선 등에 좋고 정신력과 의지력 강화 등 마음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사람의 머리는 채운만큼 얻게 되지만 사람의 몸은 비운만큼 얻는다.
때로 단식은 건강목적을 넘어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극한투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정치인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도구로 심심치 않게 사용됐다.
198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 5개항'을 조건으로 단식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이 전화선을 차단하고 강제로 입원까지 시켰으나 단식은 23일 동안 이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0년 지방자치제를 요구하며 13일간 단식했다. 이는 5·19쿠데타로 사라진 지방선거가 불완전하나마 30년만에 시행되는 계기가 됐다.
정치인의 단식은 야당의 민주화 투쟁에만 사용 된 게 아니다.
2016년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중립성을 문제 삼아 단식했다. 지난해 3월 조원진 의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며 14일간 단식했다.
가까이는 지난달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9일 동안 단식했다.
물론 단식투쟁은 정치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월호의 아픈 단식도 있고 노동계의 처절한 단식도 있고 시민단체의 고단한 단식도 있다.
지난 14일에는 원희룡 제주지사 예비후보가 한 시민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있었다. 폭행계기도 가해자인 김경배(50)씨의 지난해 10월 단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가 제주2공항 건설 반대를 요구하며 단식하자 원희룡 지사가 찾아와 "10일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 기운 있어 보인다"며 비아냥 거렸다는 것이다.
단식투쟁은 약자가 강자에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투쟁이기 때문이다.
국회라는 국가권력의 한 축을 거머쥔 제1야당은 결코 약자만은 아니다. 요즘 단식이 국민들에게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다.
더구나 그 주장이 국민들에게 절박한 것도 아닌 다분히 당리당략적인 주장일 때 그 실망감은 더 크게 된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모든 것은 그들이 생산적인 일을 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모두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단식하면 안 된다. 충분히 먹고 기운내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앞으로는 누구를 막론하고 '곡기까지 끊는' 단식투쟁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정치인은 그런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들의 선택이다. 만에 하나 단식투쟁이 꼭 필요하다면 국민들의 삶과 자유에 현저한 침해가 있을 경우에만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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