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20> 한국소방 '세계 롤모델'을 위한 걸림돌

2009년 11월 25일은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자격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문위원회중 하나인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정식으로 가입한 날이다.

1950년 남북전쟁을 치르고 반세기만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해 저개발 국가들에게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단기간에 고도의 압축성장을 이룬 나라는 지구촌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화려한 성장은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는 남북전쟁으로부터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안타까운 피를 흘리며 이역만리에서 숨져간 수도 없이 많은 외국인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소방의 맹활약은 그동안 세계의 안전을 주도해 온 미국에 강력한 도전장을 낸 모양새다.

국제구호를 비롯해 소방관련 국제세미나 개최, 저개발 국가에 대한 기술지원과 원조, 외국과의 안전분야 양해각서 체결, 외국 소방대원 국내교육 등 그 역할도 방대하다.

국제구호 분야를 살펴보면 2011년 중앙119구조단(현 중앙119구조본부)이 국제연합(UN)으로부터 구조분야 최고등급인 ‘Heavy 등급’을 인정받아 세계 재난현장에서 우선접근권을 부여받아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 유엔의 ‘국제구조자문단’과 ‘유엔재난평가조정단’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매년 개최되는 소방관련 국제세미나는 세계를 향해 안전의 기준을 제시하는 훌륭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소방엑스포를 비롯해 세계소방관경기대회와 국제소방서장협회(IAFC) 참가, 소방학술세미나 등을 통한 세계와의 소통은 그 의미가 각별히 깊다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 소방은 저개발국가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 아프리카 남수단 등에 소방차와 구급차를 기증한 바 있다. 외국 소방대원들을 초청해 대한민국 소방이 가진 소중한 가치와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 전수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대한민국 소방의 전방위적인 노력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세계에 진출해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소방이 세계 안전의 확고한 롤모델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산적해 있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우선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현재 3만달러에 육박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은 아직 1만달러에 불과하다는 학자들의 지적이다.

현재까지는 국민소득과 안전의식 수준 사이의 2만달러라는 공백을 소방관들의 땀과 희생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소방관들의 공상과 순직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가차원에서의 예우는커녕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쉽게 잊히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세계가 주목하는 안전의 기준점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을 높여야 함과 동시에 소방관의 보건과 안전에도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또한 소방관을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해서 그들이 하는 임무에 대한 합리적인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소방관의 보건과 안전에 관한 문제는 이미 소방 선진국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이며, 앞으로 미래 소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집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소방이 진정으로 세계 안전의 중심으로 우뚝 서고자 한다면 집안부터 꼼꼼히 살펴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후에라야 세계와 안전에 관한 가치들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하는 것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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