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공원 흡연·술판 변질 '청정공원' 무색
음주때 처벌조항 조차 없고 과태료는 제각각

▲ 충북 청주시 한 어린이 공원에 청정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 박채원 기자
▲ 충북 청주시 한 어린이 공원에 청정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 박채원 기자

전국 각 도시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정·관리하는 어린이공원이 있다. 이들 공원은 어린이 보건과 정서생활의 향상을 위해 만든 공원이다. 지역 주민의 보건·휴양과 정서생활을 위해 만든 근린공원과는 다른 곳이다. 휴양이 포함된 것이 다르고, 대상도 주민과 어린이로 구별된다.

공원녹지법에 따르면 두 곳 모두 도시공원에 속하지만 어린이 공원은 최소 1500㎡, 근린공원은 1만㎡로 정하고 있다. 근린공원은 어린이 공원에 비해 면적이 무려 7배나 크다.

그렇다면 이들 어린이 공원이 과연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을까. <세이프타임즈>가 29일 충북 청주 지역의 어린이 공원을 방문해 운영실태를 살펴봤다.

청주 지역에는 모두 153곳이 어린이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면적은 31만3046㎡에 달한다.

공원 관리와 청소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지역의 조경업체가 맡고 있다. 지역별로 주 5회 놀이시설 관리와 청소를 하고 있다. 청주시는 조례로 음주와 흡연을 할 수 없도록 어린이 공원을 '청정공원'으로 지정했다.

▲ 충북 청주 청원구 한어린이공원에 어린이공원 안내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 박채원 기자
▲ 충북 청주 청원구 한어린이공원에 어린이공원 안내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 박채원 기자

오전 9시 기자들은 청주지역 어린이 공원 4곳을 방문했다. 첫 번째로 주택가 인근에 있는 청원구 성모병원 옆 한 어린이공원을 찾았다. 입구에는 음주·흡연금지 안내문이 설치돼 있었다. 

공원 내부는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니 놀이기구 옆에 담배꽁초와 빈 담배갑이 있었다. 흡연 흔적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다.

다음으로 방문한 흥덕구 유흥가 옆 어린이공원은 상황이 심각했다. 파고라 의자에 맥주캔·음료수캔·과자봉지가 흩어져 있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눈에 띄게 많았다. 심지어 의자에는 술에 취해 잠든 시민까지 있었다.

반면 상당구 시립도서관 옆 어린이 공원은 의자와 놀이터 바닥이 깨끗했다. 유흥가와 떨어진 아파트 옆에 위치한 놀이터는 인근에 관공서가 있어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듯 해 보였다.

▲ 충북 청주 상당구 아파트단지옆 어린이 공원 파고라 주변이 깨끗하다. ⓒ 이봉우 기자
▲ 충북 청주 상당구 아파트단지옆 어린이 공원 파고라 주변이 깨끗하다. ⓒ 이봉우 기자

마지막으로 방문한 상당구 유흥가 옆 어린이 공원은 '유해지역'으로 지정해야 할 형편이었다. 인근 상가에서 배출한 쓰레기와 폐가구가 공원 구석에 있었다. 공원 내부 역시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보였다.

임의로 선정해 찾은 청주 지역 어린이 공원 4곳 모두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입구에는 흡연·음주금지 표지가 있었지만 어린이 공원이라는 표지는 찾기 어려웠다.

4곳 모두 놀이터를 비추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청주시는 도시공원 놀이터 213곳에 444개의 CCTV를 운영하고 있다.

유흥가와 인접한 2곳의 어린이 공원은 음주와 흡연 흔적을 곳곳에사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에 주택가에 있는 어린이 공원은 담배꽁초 양이 다소 적었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전국 어린이 놀이시설은 7만1334곳에 달한다. 아파트 등 주택단지에 3만5432곳에 설치돼 있다. 전체 시설의 49.67%에 달한다. 도시공원에는 9662곳이 설치돼 있다. 전체시설의 13.54%로 아파트 단지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 충북 청주 흥덕구 유흥가옆 어린이 공원에  담배꽁초와 맥주캔이 흩어져 있다. ⓒ 오선이 기자
▲ 충북 청주 흥덕구 유흥가옆 어린이 공원에 담배꽁초와 맥주캔이 흩어져 있다. ⓒ 오선이 기자

유흥가 인근의 주민 최모씨(62)는 "사람들이 바로 앞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술을 사서 공원에서 새벽까지 마시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며 "시끄러워서 잠을 깨는 경우가 많은데 여름에는 더 심각하다. 아이들을 위험한 곳에서 놀게 하는 부모들은 없다"고 말했다.

고교생 지모(18)군은 "이곳이 어린이 공원인지 몰랐다"며 "공원 의자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른들이 많고 아이들 노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어린이 공원보다 근린공원으로 몰린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강모(9)양은 "자전거 타기에는 넓은 공원이 좋다"며 "작은 공원(어린이공원)은 놀이기구도 있어서 가고 싶지만 어른들이 담배를 피워서 갈 수가 없어 주로 아파트 놀이터에서 논다"고 말했다.

유흥가에 인접한 곳과 주택가의 공원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 주민 김모(45)씨는 "어른들도 담배 냄새 때문에 낮에도 공원을 피해서 다닌다"며 "말만 어린이 공원이다. 차라리 주차장으로 만드는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 충북 청주 상당구 유흥가옆 어린이공원구석에 상가서 배출한 쓰레기와 폐가구가 쌓여있다. ⓒ 오선이 기자
▲ 충북 청주 상당구 유흥가옆 어린이공원구석에 상가서 배출한 쓰레기와 폐가구가 쌓여있다. ⓒ 오선이 기자

반면 청원구 한 아파트단지에 있는 놀이터는 시설이 좋았고 관리 상태도 좋았다. 위급상황을 대비에 비상벨도 설치돼 있었다. 아파트 관리소장 장모(60)씨는"놀이터를 수시로 순찰하며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며 "입주민들도 아파트 밖 놀이터보다는 이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아파트단지 놀이터와 근린공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안에 있는 놀이터라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경기도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가 공을 가지러 뛰어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국민건강증진법은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흡연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청과 보건소가 적용기준이 다르다보니 안내문 과태료도 제각각이다. 실제 과태료를 얼마나 부과했는지도 의문이다.

청주시 어린이 공원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청정공원에서 음주행위나 흡연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주시 금연구역 지정 조례는 도시공원에서 흡연할 경우 과태료 5만원을 부과토록 한다고만 돼 있다. 공원에서 흡연시 과태료는 있지만 음주는 처벌근거 조차 없다.

▲ 공원내 흡연시 과태료 금액이 10만원으로 표시돼 있다. ⓒ 이봉우 기자
▲ 공원내 흡연시 과태료 금액이 10만원으로 표시돼 있다. ⓒ 이봉우 기자

공원내 음주는 경범죄로만 처벌이 가능하다. 정작 시조례나 공원녹지법 어린이공원안전관리법에는 처벌근거가 없다. 경범죄 처벌법 3조는 담배꽁초, 껌, 휴지를 아무 곳에나 버린 경우 범칙금 3만원이다. 같은법에 불안감 조성이나 음주소란행위는 5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음주소란으로 경범죄 범칙금이 발부된 경우는 2만9677건이다. 2016년 1만9897건에 비해 1.5배 증가했다.

주민 김모(49)씨는 "어린이 공원 표지판도 크게 세우고 순찰도 강화해야 한다"며 "어린이 공원에서 음주와 흡연 만큼은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오산에 사는 서모(60)씨는 "어린이 공원 옆에 유흥가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어린이 공원에 술병과 담배꽁초를보니 마음이 안좋다"고 말했다.

세이프타임즈 취재결과 어린이공원에는 어린이가 없었다. 낮에는 흡연, 밤에는 취객들이 판치는 '어른들의 놀이터'로 변질되고 있었다.

힘차게 뛰어 놀아야 할 곳이 어른들에게 점령당해 어린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된지 오래였다.

▲ 충북 청원구 어린이 공원 바닥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다. ⓒ 이봉우 기자
▲ 충북 청원구 어린이 공원 바닥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다. ⓒ 이봉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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