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 증권사 계좌 '특별전검'

금융당국이 9일부터 삼성증권의 소위 '유령주식' 거래 사태를 계기로 다른 증권사들도 유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증권계좌 관리실태를 전면 점검한다. 

이번 사건은 발행될 수 없는 주식이 배당되고 거래까지 됐다는 점에서 증시 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삼성증권이 주식을 배당할 때는 경고 메시지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시스템과 삼성증권 내부통제 문제도 확인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에는 100만주가량 팔아치운 경우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유관기관과 삼성증권을 포함한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일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반장으로 '매매제도 개선반'을 구성, 주식관리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고 확인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9일 특별점검을 진행해 삼성증권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우리사주의 개인 계좌로 주식배당처리를 할 수 있었는지, 일부 물량이 장내에서 매매체결까지 이뤄질 수 있었는지 집중 점검키로 했다.

사건의 발단은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을 배당한 것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 28억3000만주가 계좌에 잘못 입고됐고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가운데 16명은 501만2000주를 팔았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보유한 자사주가 없다. 발행주식은 8930만주, 발행한도는 1억2000만주여서 28억3000만주는 애초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인 셈이다.

주식을 발행하려면 주총를 밟아야 하지만 이같은 과정없이 존재할 수 없는 유령주식이 시스템상에서 거래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삼성증권이 28억주를 배당할 때 일종의 오류가 발생한 것인데도 시스템상으로 경고 메시지가 전혀 없고 그대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산 시스템이 비슷하다면 다른 증권사들도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태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공매도와 비슷하게 볼 수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법률적으로도 금지돼 있다.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과 개최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금융위
▲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과 개최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금융위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증권 사태는 모든 증권사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며 "다른 증권사들도 가공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지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시스템을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직원이 '원'을 '주'로 잘못 입력했더라도 상급자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내부통제가 안 된 전형적인 케이스"라며 "상급자가 다시 입력 사항을 체크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 실수하면 그대로 현실화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전산시스템과 내부통제 문제를 철저히 점검한 뒤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엄중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법인 차원의 제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삼성증권 사태는 금융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가운데 16명이 501만2000주를 급하게 매도했는데 이 가운데 100만주가량 처분한 직원도 있었다.

지난 6일 장중 최저가를 적용해도 1762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100만주를 판 경우는 350억원이 넘는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배당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부 직원이 매도해 주가의 급등락을 가져온 것은 금융회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잘못된 일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해당 직원들을 엄중히 문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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