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타임즈 자전거 동호회들 '위험한 질주' 포착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 올림픽대로 달리다 즉심
전문가들 "자동차 전용도로 이륜차 허용 시기상조"

▲지난 7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에서 송내방향 갓길로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무리를 지어 위험하게 달리고 있다.  ⓒ 이명상 기자
▲지난 7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에서 송내방향 갓길로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무리를 지어 위험하게 달리고 있다. ⓒ 이명상 기자

봄이 시작됐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라이딩이 제격이다. 그렇다면 자전거를 타고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달릴 수 있을까.

지난 7일 오후 3시쯤. 서울 외곽 순환고속도로 인천방향에서 장수나들목을 통해 송내로 향하는 지점에 봄의 욕망을 즐기는 동호회 회원들이 <세이프타임즈> 카메라에 잡혔다.

서울외곽순환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다. 자동차 전용도로이기에 자전거(이륜차)는 통행할 수 없지만 '위험한 질주'는 한동안 계속됐다. 당황한 것은 승용차 운전자들이었다. 브레이크를 연속으로 밟았고, 접촉사고라도 낼까봐 갓길에서 떨어져 옆차로에 붙어 운행하는 차들이 꼬리를 물었다.

동호회 회원들은 자동차 운전자의 '불편한 시선'을 외면한채 페달을 밟기에 바빴다. 자주 지나는 길인 듯 줄지어 갓길을 달렸다.

현장에 있던 운전자 김모(50)씨는 "안전을 무시한 자전거의 고속도로 갓길 주행이 불안하다"며 "고속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한심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자 이모(55)씨는 "자동차 전용도로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라며 "조금 빨리 가려고 다른 사람까지 위험하게 만드냐"면서 불만을 쏟아 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동차 전용도로는 자동차만 다닐 수 있도록 설치된 도로다. 차마의 운전자, 보행자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긴급한 이륜자동차일 경우만 허용하지만 위반할 경우 30만원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 충북 청주 외곽 자동차 전용도로 입구에 통행금지 차량을 안해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 서동명 기자
▲ 충북 청주 외곽 자동차 전용도로 입구에 통행금지 차량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 서동명 기자

2007년 9월 26일 '한반도대운하 자전거 탐방'에 나섰던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은 올림픽대로에서 자전거를 탄 혐의로 즉결심판에 회부된 사례도 있다. 당시 이 최고위원은 전국 순회 자전거 탐방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20여분간 올림픽대로에서 자전거를 운행했다. 당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지만 이같은 내용을 인터넷 기사로 확인한 시민이 경찰에 고발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서울시는 올림픽대로 42.5km를 비롯해 165.02km를 자동차 전용도로로 지정하고 있다. 강변북로와 경부고속도로, 내부순환도로, 동부간선도로, 서부간선도로, 북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 제물포길, 양재대로, 언주로, 과천~우면산 등 11곳이다.

충북 청주 외곽에는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전용도로 입구에 3~4개의 자동차 이외의 통행을 금지하는 표지판을 설치해 경각심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륜차 운전자가 모르고 진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입하기 전에 표지판을 잘 보지 않으면 일반도로와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용도로는 차도만 있고 보도는 설치돼 있지 않다.

운전자 김모(48)씨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보고 갑자기 속도를 줄이게 돼 위험하다"며 "표지판을 추가로 설치하고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 전용도로에 이륜차가 통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없지 않다. 자동차 전용도로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11곳의 자동차 전용도로에 대한 오토바이 통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륜차 가운데 오토바이는 전용도로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운전자 김모(35)씨는"자동차 전용도로에 오토바이가 보이면 아찔하다"며 "충분한 검토와 홍보를 한 뒤에 이륜차 통행을 허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 충북 청주시  외곽 자동차 전용도로 입구에 이륜차와 농기계 통행금지를 알리는 교통표지만이 설치돼 있다. ⓒ 서동명 기자
▲ 충북 청주시 외곽 자동차 전용도로 입구에 이륜차와 농기계 통행금지를 알리는 교통표지만이 설치돼 있다. ⓒ 서동명 기자

주말이면 오토바이를 탄다는 유모(39)씨는 "일반도로와 별 차이가 없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너무 많다"며 "고속도로는 아니더라도 자동차 전용도로만이라도 오토바이 통행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협력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금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이륜차 동호인들의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요구는 계속되고 있는데 이제는 통행의 자유와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를 금지한 도로교통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 교통환경과 시민인식이 열악하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를 보면 2015년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9.1명에 달했다. 칠레 11.9명, 미국 10.9명에 이어 3번째로 높다. 국민의식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은 3.8명에 불과했다.

2016년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로 인해 부상을 당한 사람은 무려 1만3780명에 달했다. 255명은 목숨을 잃었다. 자전거 교통사고 유형별로는 차대차 측면 충돌로 7450건이 발생했다. 전체 1만4750건의 49.9%를 차지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자동차 전용도로에 오토바이 진입을 허가하기 이전에 시설보완과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통행권과 안전권의 조화를 이루는 개선책이 필요한 봄이 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생명을 담보로 한 자전거의 자동차 전용도로 불법 통행은 누군가를 위험에 빠트리는 지름길이 된다. 일단 멈춰야 한다. 

▲ 지난 7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에서  송내방향 갓길로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무리를 지어 위험하게 달리고 있다. ⓒ 이명상 기자
▲ 지난 7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에서 송내방향 갓길로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무리를 지어 위험하게 달리고 있다. ⓒ 이명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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