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어·터키어 영상도 올려 고향서 인기 … "미국서 삶 순탄치 않아"

▲ 유튜브 본사 총격범 나심 아그담
▲ 유튜브 본사 총격범 나심 아그담

미국 유튜브 본사에서 권총을 난사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 총격범 나심 아그담(39)이 누구인지,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테헤란발 기사에서 아그담이 이란에서 '그린 나심'(Green Nasim)으로 알려진 소셜미디어 스타였다고 보도했다.

유튜브는 물론 인스타그램과 텔레그램에 그가 개설한 채널이 이란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채식주의와 동물보호, 실내운동 등에 관한 영상을 다수 제작한 아그담은 한 영상에서 자신이 이란 우르미아에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우르미아는 주민 대다수가 터키어를 사용하며 아그담도 이곳 출신답게 유튜브에서 영어 외에 이란어와 터키어 페이지도 함께 운영했다.

아그담은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서방의 언론 보도를 인용해 자신을 "최초의 페르시아인(이란인) 여성 채식주의자 보디빌더"라고 묘사했다.

이슬람교가 절대다수인 이란에서 아그담 가족은 신흥 종교인 바하이교 신자로서 박해를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화려하고 특이한 영상을 다수 선보인 아그담이 고향에서 유명해진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노출이 심한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촬영한 한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서 그는 천천히 옷을 벗다가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가슴을 노출하고 "당신의 눈을 믿지 마라"는 자막을 띄웠다.

▲ 유튜브 본사 총격범 나심 아그담
▲ 유튜브 본사 총격범 나심 아그담

그러나 미국에서의 삶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그담이 미국에서 장애물과 맞닥뜨린 이후 '아메리칸 드림'이 더럽혀진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올린 영상에서 "거기(이란)에서는 당신을 도끼로 죽이고, 여기(미국)에서는 당신을 목화로 죽인다"고 말했다. 이는 위험한 줄 몰랐던 무언가에 의해 죽어간다는 뜻의 이란식 표현이다.

이란어로 올린 다른 비디오에서는 "당신이 (미국의) 체제로 들어온다면 그것이 이란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체제와 대기업에 대해 경고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검열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튜브가 자신의 영상을 검열해 나이 제한을 두거나 차단해 시청자 수를 올리지 못하게 하고, 광고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데 대해 공공연히 불만을 드러내 이번 범행과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아그담은 한 영상에서 "유튜브에서 성장하는 것은 당신의 손에 달린 게 아니라 당신의 채널을 통제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튜브가 자신의 복부 운동법 영상에 나이 제한을 둔 데 분노했다.

캘리포니아 주 샌 브루노 경찰서의 에드 바버리니 서장은 이날 현지 언론에 "현시점에서 용의자는 유튜브의 정책과 관행에 대해 화가 났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이 사건의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배경을 유력한 동기로 지목했다.

사건 직후에는 다수의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아그담이 남자 친구를 찾아가 총격을 가했다는 보도가 잇따랐으나 현재 경찰은 그가 특정인을 노리고 범행했을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그담은 범행 11시간 전 자동차에서 자다가 가족의 실종 신고를 받고 자신을 찾아온 현지 경찰에 '가족과 불화가 있다'고 언급하고 유튜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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