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철 산불로 산림이 잿더미가 되고 있지만 정작 불을 냄 범인 검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검거하더라도 형사처분은 10명 가운데 4명꼴에 불과한데다 고령이거나 농민이 실수로 불을 낸 경우가 많아 강력한 처벌도 쉽지 않다.
산림청은 5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산불은 1706건으로 749건의 산불 원인 제공자(가해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검거율은 43.9%다.
유형별로는 논·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성묘객 실화자 검거율은 70∼80%로 높다. 하지만 담뱃불 실화나 입산자 실화는 현장 검거 실패시 실화자를 찾기 쉽지 않다.
입산자 실화는 554건 가운데 70건 검거에 그쳤다. 지난 2월 11∼15일 강원도 삼척시 노곡면과 도계읍에서 발생한 산불로 237㏊(노곡 161㏊, 도계 76㏊)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노곡 산불은 인근 펜션에서 난 불이 옮아붙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입산자 실화로 추정되는 도계 산불은 한달이 지나도록 원인을 알 수 없다.
산불 가해자를 검거해도 고의가 아닌 과실범이거나 초범, 고령이기에 대부분 약한 처벌에 그칠 수 밖에 없다. 현행법은 산불을 낸 사람에게 3년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검거된 산불 가해자 749명 가운데 269명만 징역형(31명)이나 벌금형(238명)을 선고받았다. 10명 가운데 4명만 처벌을 받는 셈이다. 나머지 480명은 기소유예나 과태료, 훈방됐다.
벌금형이 선고된 238명에게 부과된 벌금 액수도 1인당 평균 186만원에 그쳤다. 징역형이 선고된 31명 가운데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례도 적지 않다.
산불 가해자를 검거해 재판에 넘기더라도 사실관계를 둘러싼 법정 공방을 벌이기 일쑤다. 민형사상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에 증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일단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강원도 강릉 옥계 산불 실화자 2명이 현재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담뱃불 실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논밭두렁 소각으로 산불이 난 경우는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고 실화자가 그나마 신속히 신고해 초동 진화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는 입산자 실화와 담뱃불 투기는 원인 제공자가 불명확해 검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10년간 산불 원인의 81%가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과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 등 사수한 부주의인 인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