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운동은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성폭력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상식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은 데서 유래됐다. 영화계의 갑으로 군림하고 있는 감독의 권력형 성차별과 폭력에 대한 항의표시다.

남의 일로만 여겼던 미투 운동은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게시글로 우리나라에서도 촉발됐다. 박범신, 이윤택, 고은, 오태석, 조민기, 안희정 등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연이어 이름을 올렸다. 일부 대학교수의 성추행은 잠깐 동안의 관심사에 머무를 정도로 사회적 파장은 컸다.

그동안 미투 운동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극명하게 구분하고 가해자를 일방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투 운동은 묘한 기류를 타고 있다.

<프레시안>이 보도한 정병주 전 의원과 <뉴스타파>가 보도한 민병두 의원의 경우는 오히려 폭로한 사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두 매체 모두 진보성향의 인터넷 매체로 후원 취소 사태까지 벌어지는 후폭풍을 앓고 있다.

여기에 배우 조민기의 죽음은 동정론 까지 일으키고 가수 김흥국의 성폭행 의혹은 오히려 폭로자에게 더 거센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아예 여성과의 접근을 멀리하자는 소위 '펜스룰(Pence Rule)'까지 생기고 있다. 힘과 권력에 의한 성폭행에 대한 반성과 재발을 방지하자는 미투의 취지가 예기치 않게 굴절되고 있다.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그동안 여성은 신체적 조건과 그릇된 인식으로 남자에 비해 여러 가지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 이는 동서양의 종교적 교리와 사상을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직업이 '매춘'이라는 가당치않은 상식은 시작에 불과하다. 성경 창세기는 여자가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다고 적고 있다. 태초에 흙이 부족했는가. 여성은 태생부터 차별을 받는다.

교활한 뱀에게 유혹 당하고 에덴동산의 사과를 따먹는 역할도 여자가 한다. 사과하나 먹었다고 에덴에서 쫒겨나고 평생 남편을 섬기고 살아야한다. 여기에 출산의 고통은 덤으로 주어진다. 

특정 종교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고급 종교중 기독교가 유일하게 창세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거의 모든 종교에 담겨있다. 유교는 말할것도 없고 여성에게 관대했던 이슬람도 현실은 크게 왜곡되고 있다. 개인의 참선과 해탈을 강조하는 불교만이 종교적 특성상 비껴갈 뿐이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 이제야 조금씩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남성 중심의 거대한 권력 구조 안에서 억압받고 차별 받았던 그동안의 틀을 조금씩 깨나가는 중이다.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깨고 나올 때 어미닭이 밖에서 함께 쪼아주는 것을 '줄탁'이라고 한다. 그들의 힘겨운 싸움에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어미닭의 역할을 마다하면 안 된다. 고단하고 지난한 싸움에 걸림돌이 있고 오해가 있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함께 동참해 주어야한다.

성(性)은 다분히 자기 결정권으로 이루어져야한다. 여성을 약자로 보고 자기 주도적으로 성적인 권력을 갖고자 해서는 안 된다. 무분별한 폭로성 미투로 본질을 흐려서도 안 되겠지만, 극히 일부의 행태로 전체적인 흐름을 차단해서도 안 된다.

성 차별의 고리는 이 시대에서 끝내야한다. 여성도 모든 부분에서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는 자기 주권적 삶을 살아야한다. 이는 '여성해방'이라는 거창함이 아니라 '당연함'이다. 이러한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나머지 절반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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