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굴지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 A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회사가 법무담당자 채용을 위해 변호사 모집공고를 내자 100여명이 지원하게 된다. 그 중 일부를 골라내 1차 합격공지를 보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메일을 보낸 담당자가 1차 합격자들에게 전체 지원자 정보가 담긴 파일을 전송한 것이다.

이 메일의 첨부파일에는 100여명에 이르는 지원자의 이름, 주소, 연락처 등의 개인 신상정보뿐 아니라 졸업학교, 학점 등의 민감한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원자들이 공개를 원치 않는 '민감한 정보'가 1차 합격자들에게 전달됐다.

▲ 임홍철 정보안전팀장
▲ 임홍철 정보안전팀장

A사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뒤 1차 합격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메일에 첨부된 파일을 파기하도록 요청한 뒤 확인서까지 받았다. 정보가 노출된 지원자들에게는 피해사실을 알리고 그에 따른 보상을 약속하는 등 재빠른 대응으로 사고의 확산을 저지했다.

여기까지는 적절한 대응을 통한 '뒷수습'으로 국내 굴지의 인터넷 업체다운 면모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신속한 초기대응을 한 뒤에 외부에 발표한 내용이 도마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단순한 인사 담당자의 실수였다'며 꼬리자르기를 한 행태가 문제였다.

A사의 잘못은 없고 사람의 실수인 '단순사고'로 처리하려 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의문이 들게 된다. 정말 그런 것일까. 단순한 사람의 실수로 치부하고 책임을 떠넘겨도 되는 것일까.

사람은 실수를 한다. 돌려 말하면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조심하고 또 조심을 해도 수많은 일들을 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크건 작건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이다. 일부러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고의 원인을 사람에게 돌리는 순간,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나올 수 없게 된다. 실수에 대한 처벌을 받아도 누군가는 다시 실수를 하게 된다. 동일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진정한 대응책은 사람에게 잘못을 돌리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대비가 이뤄져야만 진정한 대응책이 된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내용을 인정하고 보듬는 것이 진정한 대응책이다.

A사의 사고후 첫 대응과정은 훌륭했다. 그러나 마무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처럼 실수의 원인을 사람에게만 돌린다면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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