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 여관화재 참사로 희생된 세 모녀를 추모하는 조문객.
▲ 종로 여관화재 참사로 희생된 세 모녀를 추모하는 조문객.

27일 전남 장흥 장례식장에 서울로 여행을 떠났다가 여관 방화 참사로 희생된 '세 모녀' 빈소가 마련됐다.

어머니(43)와 중학생(14), 초등학생(11) 두 딸 영정이 나란히 놓인 제단에 국화를 바친 여중생 조문객들은 손가락을 말아쥐고 입술을 깨물며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신원 확인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심했던 화마의 상처에 세 모녀는 참사 일주일 만에 가족이 기다리는 장흥으로 돌아왔다. 유가족은 이날 오전 모녀 시신을 서울에서 목포로 옮겨 화장을 마친 뒤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안타까운 마음을 꼭꼭 눌러뒀던 이웃, 친지, 친구들은 오후 3시쯤 빈소가 차려지자 삼삼오오 모여들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상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이하던 아이들 고모는 "무슨 죄가 있다고 이들을 데려가느냐"며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말했다.

비보를 접한 지역사회도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장흥군에는 이날까지 세 모녀의 영면을 기원하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전국에서 세 모녀 장례비용과 유가족 생계비로 써달라며 성금 1000여만원이 모였다. 장흥이 고향인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은 향우회를 통해 1000만원을 기탁했다.

지역 공무원들로 구성된 한사랑모금회는 200만원을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장흥군청은 이렇게 쌓인 성금 2600여만원을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해 유가족을 돕기로 했다.

장례비용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부담하고, 군청은 3개월간 남은 가족에게 긴급생계비를 지급한다.

세 모녀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50대 남성이 홧김에 지른 불로 희생됐다. 사건 당일은 전국을 여행하던 세 모녀가 서울에서 묵은 첫날이었다.

모녀는 여행을 함께하지 못한 남편과 아빠에게 미안했는지 숙박비가 저렴한 여관에 짐을 풀었다가 참변을 당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 세 모녀 빈소 찾은 교복 차림의 조문객들.
▲ 세 모녀 빈소 찾은 교복 차림의 조문객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