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비실 불법 구조변경 … 화재 관련성 수사
제천화재 유사한 '천장화재' 유독가스 질식
작은도시 밀양지역 침통 '장례식장 분위기’

▲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경남도청
▲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경남도청

37명의 사망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1층 응급실 안에 있는 환복·탕비실의 천장 배선에서 시작된 것으로 현장 감식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해당 배선에서 '전기적 특이점'을 발견하고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또 해당 '환복 탕비실'이 불법 구조변경을 해 만든 곳인 만큼 구조변경이 화재와 관련이 있는지 수사할 계획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남지방경찰청은 27일 밀양경찰서에서 합동 현장감식 결과를 브리핑했다. 고재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전과장은 "1층 전역에 걸쳐 탄화물과 낙하물을 감식한 결과 응급실내 간이 설치된 '환복 및 탕비실' 천장에서 최초 발화가 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천장에 배선된 전선을 수거해 정밀감정 후 화재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복 및 탕비실'은 해당 병원 건축대장에는 없지만 병원측이 일부 시설을 개조해 응급실 안에 만든 시설이다. 고 과장은 "바닥에서는 연소한 흔적이 거의 없는 양상으로 나타났다"면서 "위에서 아래로 연소가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 과장은 천장 배선에서 '전기적 특이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기적 특이점은 전기단락, 불완전 접촉 등이며 누전의 경우는 배제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천장에는 전등용 전기배선과 콘센트 전원용 전기배선이 있었으며, 천장 위쪽에 설치돼 일부는 내부로 노출돼 있다. 천장구조는 석고보드 천장 위에 전기 배선이 있고, 그 위에 난연제를 도포한 스티로폼과 석고보드(몰타르), 벽이 층층이 있는 구조로 알려졌다.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한 것은 스티로폼 때문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대부분은 해당 스피로폼이 타면서 발생한 연기에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 과장은 "제천화재 때와 거의 유사한 천장구조"라고 설명했다. 난연제가 발린 스티로폼이 어떻게 탈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건축을 하다 보면 언제든 틈새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발화된 환복 탕비실은 병원이 불법 구조변경한 부분이다.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은 모두 13건의 무단 증축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천장 배선의 화재가 불법 구조변경으로 인한 것인지는 향후 수사로 밝힐 예정이다. 경찰은 "단락이 왜 발생했는지, 설치상이나 작업자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지, 그냥 전기적 요인인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작은 도시 밀양 전체가 '장례식장' = 희생자 37명이 안치된 합동분향소는 지인과 시민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한 조문객은 "제천 화재 참사가 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이 또 발생, 밀양 시민으로서 너무 안타깝다"며 "돌아가신 분들이 모두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인을 잃은 조문객들은 영정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분향소 한 관계자는 "밀양이 작은 도시다 보니 한 다리만 건너도 대부분 다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마치 밀양 전체가 장례식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전 11시쯤 조문한 뒤 유가족 한명 한명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은 오후 1시30분쯤 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조종묵 소방청장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밀양시는 오전 9시에 문을 연 합동분향소에 희생자들의 주민등록증 사진으로 임시 영정 사진을 마련한 뒤 유가족들의 요구에 사진을 교체하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게 "병원에는 오지 않다가 왜 이제야 왔느냐. 아무도 장례를 치르도록 도와주지 않았다"면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밀양시는 분향소에 몽골 텐트 10동을 설치해 유가족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는 공무원 50여명이 배치돼 분향소 안내를 맡고 있다. 자원봉사자 160여명도 밥차 등을 운영하며 유가족과 조문객 지원에 나섰다. 밀양시는 당분간 합동분향소를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 문화체육회관을 방문, 분향 참배한 뒤 오열하는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 문화체육회관을 방문, 분향 참배한 뒤 오열하는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 청와대

◇ 사망자 장례절차 늦어질 듯 = 참사 발생 이틀째인 27일 오후까지 사망자 37명의 유가족 중 25명 정도가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 유족은 20명은 밀양시내, 나머지 5명의 유족은 김해시 진영읍, 창녕군 부곡면 등 인근 경남지역은 물론 가까운 경북 청도군에서 빈소를 차릴 계획이다.

이 중 10명의 희생자 유족들은 28일 발인과 함께 장례를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를 확보하지 못한 사망자 12명의 유가족도 밀양시 등의 지원을 받아 빈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장례 날짜를 늦추더라도 밀양시내에 빈소를 차리기를 원하고 있다. 목에 그을음이 발견되지 않은 등 사인이 불명확한 사망자 3∼4명 시신은 부검을 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장례가 마무리되기까지는 1주일 가량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사망보험금 8000만원 = 세종병원은 화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어서 건물소유주가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이 사상자에게 지급된다. 세종병원은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상 의무 가입 대상인 특수건물이다. 세종병원은 이에 따라 AIG손해보험의 보험에 가입된 상태다.

해당 보험은 화재로 인한 손실을 보장하는 주계약과 화재 등으로 인한 인명 사고를 보상하는 신체손해배상책임특약 등으로 구성됐다. 사망자에게는 1인당 8000만원, 부상은 상해급수별로 1인당 최대 1500만원(1급 1500만원∼24급 2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 건물과 시설, 집기, 의료기기 등에 대한 보상은 최대 55억6900만원까지 가능하다.

AIG손보는 이번 화재보험 가입금액의 55%를 미국 AIG본사에 재보험으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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