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 술이 술술 … 그 환상과 진실
[한강로] 술이 술술 … 그 환상과 진실
  • 김춘만 논설위원
  • 승인 2018.01.2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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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불문하고 세대를 막론하고 술은 좋은 만남의 동반자다.
▲ 시대를 불문하고 세대를 막론하고 술은 좋은 만남의 동반자다.

'바람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술익는 초당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나그네 세월속에 어이 잊으리'

이호우의 시 <살구꽃 핀 마을...>에 나오는 구절이다. 다소 낮 익다 생각되면 학창시절 국어과목에 관심을 좀 보이신 분이다.

우리는 인생을 걷는 나그네요, 술은 동반자이자 풍류의 상징으로 종종 노래된다. 이처럼 술 한 잔 걸치고 얼굴빛 불콰하게 달빛에 취해 있으면 당신은 풍류객인가?

천만에 그런 환상은 술 의 진실을 알게 되면 단박에 사라진다. 술 한 잔에 얼굴이 붉어진다면 당신은 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체질이다.

알코올은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ALDH)라는 물질로 변화된다. ALDH는 다시 알데히드 탈수효소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 분해된다.

그런데 간에서 이 물질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때 원형에 가까운 물질이 그대로 혈관에 흐르게 된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바로 혈관이 확장돼 생기는 현상이다. 이런 분들은 술 한 잔 입에 대지 않기를 권한다. 결코 혈색이 좋아진 것이 아니다.

알코올은 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뇌에 전달된 알코올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루탄산염’의 활동을 억제한다. 우리가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말하는 '블랙아웃'이 바로 그것이다.

뇌의 부작용은 전봇대에 실례하고 물을 침대삼아 눕게 한다. 인간이 바로 짐승이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 김춘만 논설위원
▲ 김춘만 논설위원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양은 대략 한 시간에 7~10그램 정도다. 소주 한 병이 완전 분해되는데 보통 10시간, 맥주 한 캔은 2시간 가까이 걸린다.

물론 체질에 따라 다르다. 운전 시 참고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술을 취하기 위해 마신다는 사람이 있다. 이런 분들이 주로 마시는 폭탄주는 화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금 새 취하지만 숙취 또한 오래간다.

독한 술을 마시면 숙취가 덜하다고 하는데 이 또한 오해다. 그것은 도수의 문제가 아니라 체내 알코올 흡수량에 따른 것이다. 독한 술은 상대적으로 적게 마시기 때문이다.

숙취해소를 위해 소위 해장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이 는 알코올로 숙취를 속이는 행위다. 애꿎은 간장만 더욱 힘들게 하는 착각이다.

커피 또한 간장에 카페인 해독이란 짐만 얹는다. 숙취에는 물이나 우유, 녹차, 유자차, 설탕물, 꿀물 등이 좋다.

술은 풍류로 즐겨야지 세상과 결딴내듯이 덤비면 곤란하다. 김종구 시인은 "술 은 대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마시는 것"이라 했다. 서로의 진실을 따라주고, 서로에게 투명한 잔이 되어주는 것이라 했다.

술이 목적이 되고 결국은 술이 자신을 먹어야 멈추는 사람은 술과 벗할 자격이 없다. 벗과 대화에 취하는 사람이 소위 술꾼의 최고 등급이라는 학주(學酒)다. 이런 술벗과 함께라면 허름한 포장마차도 도원(挑源)이 아니겠는가.

겨울이 반환점을 돌고 있다. 술 향기에 여유와 풍류를 싣고 차가운 겨울을 데워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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