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은 '세상과 맞서 거세게 도전하며 살라'고 배웁니다.
학교에서 주입하는 가르침 이죠.
그러나 인생의 변곡점을 넘는 시기가 되면 허무함도 함께 밀려옴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과 투쟁해서 얻는 것이 꼭 행복만 주는것은 아니라는 인생의 가르침입니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상선약수(上善若水)'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라는 뜻입니다.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것은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섬기는 신들을 대부분 하늘이나 높은곳에 모십니다.
산도 그 높이에 따라 가치와 위상이 정해집니다. 하다못해 아파트도 층이 높을수록 가격이 비싸집니다.

▲ 김춘만 논설위원
▲ 김춘만 논설위원

사회의 모든 것은 순위로 매겨지고 순위와 가치는 정비례한다고 오해합니다. 순위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의 낙오자 대접을 받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아래로 흐르는 물은 만물을 기름지게 합니다. 그 힘은 장애물을 파괴하는 거대한 물살이 아니라 주어진 지형대로 흘러가는 여유로움과 부드러움 입니다.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계곡을 만나면 굽어가고, 낭떠러지를 만나면 그대로 떨어집니다.

자신을 막는다고 해서 맞서거나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물은 천천히 그 모든 것을 변화시킵니다. 거친 바위를 둥글게 하고 강을 깊게 만들어 배를 띄웁니다.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흘러 거대한 바다와 한 몸이 됩니다. 순리대로 흘러가나 결코 약함이 없는 물의 위대함입니다.

맨손으로 쇠뿔을 꺾던 '파이터' 최배달이 딱 한 번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 싸움이 있습니다.
중국의 한 노인과의 대련에서 학처럼 부드러운 몸놀림에 주먹 한 번 제대로 못 날리고 지치고 말았습니다.
모양이 좋아 무승부지 최배달이 진 싸움이었습니다.
수많은 강자들을 더 강함으로 제압하던 최배달이 유연함으로 맞서는 노인에게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 속에도 '상선약수'의 가르침이 숨어 있습니다.

겨울바람이 거셉니다.
이런날은 김수영의 시 '풀'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거센 바람에 풀잎이 스러지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그러나 그 바람은 결국 풀잎을 이기지 못합니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지 만 바람보다 더 빨리 일어나는' 풀은 마치 물결 같습니다.
우리 인생의 무대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아마도 그런 모습일겁니다.

■ 김춘만 논설위원 =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으며 세이프타임즈 제10기 기자스쿨을 수료하고 생활안전에디터를 역임하고 논설위원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1990년 '전국 근로자 문학제'에서 '새벽하늘'로 수필부분 우수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현대포스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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