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화재를 진단하면서 값싼 드라이비트가 연일 몰매를 맞고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차치하고 가연성 스티로폼의 문제만 지적한다. 

과연 그럴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스티로폼이 가연성이라는 점이 맞지만, 시공방법의 문제점은 거론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화재원인을 단지 스티로폼의 가연성만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현장 엔지니어로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검증되지 않은 무책임한 비판은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초가집 화재가 '지붕의 짚'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기에 불연재인 기와를 사용해야 한다. 비닐하우스 화재는 가연성 비닐이 문제이기에 불연재 유리로 교체토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비유와 다를 바 없다.

제천화재 확산원인은 스티로폼이라는 소재가 아닌 잘못된 시공 방법이 문제다. 스티로폼의 사용목적은 단열만을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하지만 마감재의 역할로 변질돼 사용되고 있다.

스티로폼이 가연성이라는 것은 건축의 비전문가도 아는 상식이다. 이같은 자재를 건축물에 적용 후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지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알면서도 제대로 된 설계와 시공을 하지 않은 모든 이해 관계자들은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지를 떠나 무책임의 산물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업계는 경각심을 가지고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제대로 된 설계와 시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발주처와 건축주에게도 합리적인 시공 금액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

제천화재 확산원인은 단열재로 사용한 스티로폼 그 자체가 아닌 스티로폼 연소시 확산 대책은커녕 확산을 부추긴 시공 부실이 그 원인이라 단정할 수 있다.

'동일한 스티로폼을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드라이비트 공법, 정확히 '외단열미장마감' 공법을 독일 기준으로 적용했다면 제천화재 사고와 같이 짧은 시간에 화재확산이 이루어졌을까.

독일과 국내의 사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일한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어떻게 시공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접착제를 중앙에 소량 도포하고 가장자리에 추가로 도포하는 '리본 앤 댑(Ribbon & Dab)' 방식으로 시공했을 경우 연소는 되지만 더 이상의 산소유입을 차단한다. 접착제를 중앙에 소량 도포하는 '닷 앤 댑 (Dot & Dab)' 보다 연소 확대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다.

'떡밥'을 군데군데 붙여 놓은 것처럼 접착제를 바른 듯한 국내 대부분의 드라이비트 시공 방법의 결과는 참담하다. 화재시 산소유입으로 확산을 오히려 부추긴다. 2015년 1월 경기 의정부 대봉 그린아파트 화재와 제천 스포츠타운 화재도 이 같은 시공방법이 문제였다.

접착력 부실로 인한 단열재 이탈사고는 여름철 태풍 피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잠재적인 제2의 제천화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대로 시공만 한다면 스티로폼을 사용하고도 연소와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하나의 사례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의정부 화재와 제천 화재의 주범이 스티로폼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필자가 지난해 3월 삼척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실화재시험연구센터에서 실시한 실대형건축물화재시험은 시공의 중요성에 대해 시사한다. 점화 후 25분간 건축물 화재시 플래시오버상황(800~1200℃)을 가정, 인위적인 조건으로 시험했다. 25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을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앞섰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플래시오버 상태(800~1200℃) 25분은 매우 가혹한 조건의 상황이다. 화재는 제1 성장기(착화상태)를 거쳐 제2 성장기(화재확산시점) 통상 7~8분이 경과한 후 최성기(플래시오버·목조건물 1000~1200℃·철근콘크리트건물 800~1000℃)에서 내부 가연물을 모두 소진시킨다. 감쇠기(200~300℃)를 거쳐 더 이상 가연물이 없으면 자연 소화된다.

화재 메커니즘의 시나리오를 인위적인 시험조건으로 만든 것이 ISO 13785-2 규격이다. 화재 최성기인 플래시오버 상황을 가정, 내화성능 시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목표치인 10분을 거뜬히 뛰어넘어 25분 동안 내부단열재의 손상없이 국제규격인 ISO 규격을 통과했다. 시험체 전소도 확인되지 않았다. 개구부 주위 중앙상부로 마감재(CRC보드)은 크랙으로 인한 파손이 육안으로 확인됐을 뿐이다.

명확한 시험체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험체를 해체했다. 시험체 전면부는 화재시험동안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 전반적인 내화성능을 판단할 수 있었다. 내화패널 후면의 단열재(XPS) 상태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어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가 없었다.

시험 종료후 시험체를 바닥에 내려놓고 후면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화재시 집중부하가 받는 하부면의 주단열재인 XPS의 손상과 변형도 발견되지 않았다. 25분 동안 800~1200℃의 플래시오버 상태를 36mm의 내화 패널이 완벽하게 열전도 없이 받아냈다.

실제 건축물의 화재현장을 재현한 것으로 플래시오버 상황(25분간 800~1200℃)을 가정해 화재의 확산이 이어질지에 대한 시험이었다. 동일한 가연성 스티로폼을 사용하고도 어떻게 마감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가연성 스티로폼 대신 모든 건축물에 불연재를 사용하기만 하면 가장 이상적인 대안(단열, 내화성능 만족)이 될 수 있을까. 모든 건축물을 불연소재로만 사용해 건축할 수 있을까.

▲ 류승우 이지아이비스 대표이사
▲ 류승우 이지아이비스 대표이사

비약하면 구조체가 나무인 목조주택은 화재 때문에 국내에서 건축할 수 없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생활용품까지 불연소재로 만든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까지도 생길지도 모른다. 단열재 소재가 가연성인 스티로폼이더라도 보호조치만 잘하면 화재차단과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외단열미장마감에서 단열재를 스티로폼을 사용하더라도 '리본 앤 댑' 방식으로 틈새없이 밀착 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장층을 10mm 두께로만 늘리면 최소한 의정부와 제천화재사고처럼 짧은 시간내에 건축물 전체로 확산은 방지할 수 있다.

스티로폼의 사용목적(단열)을 정확히 인식하고, 별도의 마감층(단열재 보호층)을 제대로 시공해야 한다. 건축비 상승은 불가피하겠지만, 건물전체를 불연재로 시공하는 것보다 단열과 비용면에서 합리적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제천화재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필자 류승우 △독일 PHI 인증 패시브하우스 기술자 △(사)한국패시브건축협회 정회원 △(사) 한국제로에너지건축협회 운영위원 △(주)이지아이비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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