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시작 26일 마무리, 국과수 "1층 천장 발화"
화재건물주 분향소 찾았다 유족반대로 발길돌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3일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친 제천 스포스센터 화재 원인과 관련해 "1층 천장에서 발화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이날 오전 제천체육관에서 유가족 대표를 만나 이같이 밝힌 뒤 "어제 8개 기관 합동감식에서 발화원 주변, 계단부, 환기부 등을 조사해 화염 경로를 규명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주안점은 1층 천장에서 난 불이 시설 설비 자체의 문제인지, 작업자와 연관돼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불이 상부에서 나면 잔여물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오늘 2차 현장 감식에서는 바닥에 떨어진 잔여물들을 수거해 발화 원인을 정밀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가 끝나면 크레인을 동원, (주차장에서 탄) 차량(15대)를 꺼낸 뒤 바닥 수색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또 "어제 수거한 CCTV 8점에 대한 복원을 시도했지만 영상을 저장하는 하드디스크 자체가 녹아 복원이 불가능했다"며 "차량 블랙박스(4점) 복원에 주력했으나 2개는 꺼져 있거나 감도가 낮아 식별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 국과수는 "나머지 2개의 블랙박스 복원 결과는 오늘 오후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편히 가소서" 합동분향소 추모 발길 = 23일 오전 노블 휘트니스스파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시 제천체육관. 일렬로 놓은 희생자들의 영정은 대부분 생전에 쓰던 증명사진들로 채워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고 탓에 영정이 돼 버린 사진 속 희생자들의 얼굴은 다부지기도 하고, 환하게 웃고 있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분향소 내부에는 사고 희생자 수와 같은 29개의 임시텐트가 마련돼 분향소를 찾는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도록 했다. 위패 왼쪽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화가 나란히 놓였다. 합동분향소에는 지난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로 숨진 29명의 희생자 중 25명의 위패와 영정을 모셨다. 나머지 4명은 유가족이 합동분향소에 영정을 두는 것을 원치 않아 빠졌다.
이날 오전 9시 문을 연 합동분향소에는 떠나버린 친지와 이웃을 추모하려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오전 8시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은 "13만 제천시민 중 29명이 희생된 것은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상상할 수 없는 사고"라며 "희생자 중 내가 아는 분만 여섯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신 분들을 기리기 위해 아침 일찍 분향소를 찾았지만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쉽사리 가실 것 같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 9시에는 김양희 충북도의회 의장과 도의원 등 10여 명이 조문을 마쳤고, 9시 30분께는 이근규 제천시장이 분향소를 찾았다. 이 시장은 방명록에 "더 안전한 세상을 꼭 만들어 가겠습니다. 평화로운 하늘나라에서 영면하소서"라는 글귀를 남겼다. 그는 분향 도중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오전 11시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시는 합동분향소 운영 시간과 유지 기간을 유가족과 상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며 "아픔이 충분히 치유되도록 유가족이 원할 때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 희생자 첫 발인식, 19명 제천시립 납골당 안치 = 희생자의 첫 발인도 가족의 오열 속에서 엄수됐다. 남편 김인동(64)씨는 "내가 잘못했으니 이제 집으로 가자"고 울부짖으며 동갑내기 아내 장경자씨를 차마 떠나 보내지 못했다. 김씨는 지난 21일 오후 아내와 스포츠센터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중 건물에 불이 난 사실을 알고 뛰쳐나갔다.
그는 앞서 나간 아내가 무사히 탈출했을 것으로 생각해 2층 목욕탕에서 뛰쳐나오는 사람들의 대피를 돕다가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대피한 줄 알았던 아내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아내를 떠나 보낸 그는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이날 제천시 백운면 집에서 노제를 지낸 뒤 아내를 납골당에 안치하고 작별을 했다.
발인을 지켜본 한 지인은 "화마의 현장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이승에서는 시름과 고통없이 편히 잠들기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번 참사로 단란한 3대가 한꺼번에 희생돼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던 할머니 김모(80)씨와 딸 민모(49)씨, 손녀 김모(19)양도 24일 발인식을 하고 제천의 한 납골당에서 영면한다.
이들을 비롯해 애끓는 사연을 남기고 이 세상과 작별한 희생자 20명이 함께 영결식을 한다. 25일과 26일 각각 4명이 발인을 하면 참사 희생자 29명의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19명이 제천시립 납골당에 잠드는 등 희생자 대부분이 납골당을 영면의 장소로 택했다.
◇ 화재 건물주 분향소 찾았다 유족 반대로 발 돌려 = '노블 휘트니스 스파' 건물주 이모(53)씨도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지만 유족 반대로 조문하지 못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사람의 도리가 우선"이라며 입원 중인 강원도 원주기독병원을 나서 구급차로 제천체육관 합동분향소로 향했다.
분향소 주차장에 도착한 이씨는 구급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구급차 주변은 경찰 병력이 에워쌌다. 유족 측의 반대 입장을 확인한 경찰이 "분향소에 들어오면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되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고, 구급차는 주차장을 떠나 다시 원주로 향했다.
이씨 측은 "내일이 많은 희생자들의 발인식이어서 시간이 없다고 판단해 오늘 조문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대면조사를 위해 병원을 찾아온 경찰에게 "먼저 사람의 도리를 하고 싶다. 합동분향소에 가 조문한 뒤 조사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씨는 또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구조활동을 벌인 뒤 탈출했다"고 말했다. 병실에 있던 이씨 지인은 "불이 났을 때 연기를 많이 마셔서 제천에서는 치료를 받기 어려웠다"고 원주로 병원을 옮긴 배경을 설명했다. 이씨는 화재 당일 제천서울병원을 거쳐 원주기독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씨는 병실에서 기침을 계속했지만, 거동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화재 원인 등을 묻는 말에 지인은 이씨를 대신해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지금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나중에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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