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경기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마'는 5명을 목숨을 삼키고 125명의 부상자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악몽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지난 21일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또다시 참사가 발생했다. 사망 29명, 부상자 29명 등 58명의 사상자 발생했다.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사고이자 인재다.

그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첫 번째로 '드라이비트'다. 두 화재 모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외장재가 '주범'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 공법은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를 덧바르는 방식이다. 가격이 저렴해 많이 사용되지만 불에 취약한 마감재다. 불이 나면 스티로폼이 불에 타 삽시간에 번지고 유독물질이 발생한다.

▲ 김대수 한국안전인증원 사무총장
▲ 김대수 한국안전인증원 사무총장

대봉그린아파트 화재도 드라이비트로 인해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2015년 10월 '6층 이상 고층 건축물은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할 수 없다'고 건축법을 손질했다. 문제는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이 2010년 8월 9일 건축허가를 받았기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것이다

또 공통점이 있다. 지상 1층 필로티 주차장 부분의 화재라는 점이다.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은 건축법상 외부로 본다. 필로티 주차장 1층과 지상 2층 사이는 방화구획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필로티 주차장 부분과 피난계단 사이의 방화문의 설치를 법적으로 강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필로티 주차장 화재는 순식간에 지상 2층으로 확대됐을 것이 자명하다. 특히 연돌효과로 인해 계단실로의 화재확대는 신속하게 진행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1층 필로티 주차장 구조의 수많은 건축물이 이와 같은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번째 공통점은 지상 1층 필로티 주차장 부분의 화재에 적합한 소화설비 적용여부다. 화재발생시 초동대처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지상 1층 필로티 주차장 부분에 소화기와 호스릴가스계소화설비가 적용돼 있지만 모두 자동이 아니다.

만약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됐더라면 화재를 조기에 진압할 수 있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행법상 지상 1층 필로티 주차장 부분은 자동소화설비가 아닌 호스릴가스계소화설비 적용이 가능토록 돼 있다. 따라서 스프링클러설비의 적용을 의무화하고 소급적용이 돼야 한다.

네 번째 공통점은 최소 1시간 동안 화재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방화구획이 돼 있는데 왜 이렇게 전층으로 화재가 확대된 것일까? 층간 방화구획의 문제점을 다루어야 할 부분이다.

다섯번째 공통점은 피난계단 관리상태다. 화재현장은 건축법상 피난계단 2곳이 설치된 건축물이다. 화재시 연기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를 받아 피난할 수 있도록 관리가 돼야 하는데 '피난자가 이용할 수 있었는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연기 등으로부터 보호되는지'도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화재 당시 1층 로비에 있는 스프링클러 설비의 알람밸브가 폐쇄돼 있어 스프링클러가 건물 전층에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건물에는 356개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건물관리 측면에서 고의로 스프링클러 설비를 꺼둬 인명피해를 키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비는 지난해 7월20∼31일 소방안전관리자 점검, 지난해 10월 31일 제천소방서가 실시한 소방특별조사에서 모두 정상 작동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지난달 30일 소방시설점검업체 J사의 점검에서는 스프링클러 설비 누수와 보조펌프 고장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는 관리상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인명피해의 주된 원인으로 보는 것은 앞서 다룬 다섯가지 사안에 비해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다루어야 할 것은 소방차 출동지연과 굴절사다리차의 지연동작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긴급 5분 출동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현장 도착까지 현재의 신호체계와 도로상황을 모두 고려한다면 '골드타임'내 도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소방차 7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영등포경찰서 사거리를 통과하던 중 교차방면에서 진입한 승용차가 선두 소방차량과의 충돌을 피하려다 교통섬과 인도연석을 연달아 충격, 앞좌석에 앉은 부부가 각각 전치 16주의 중상을 입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에 대해 경찰은 "화재진압을 위해 긴급출동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소방차가 신호를 위반해 무리하게 교차로를 통과하려다가 정상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자동차에게 사고를 유발했다"며 선두 차량을 운전한 박씨에게 벌점 65점과 65일간의 운전면허정지처분을 내린 바 있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달린 소방관의 잘못일까.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소방차 긴급출동 신호시스템을 이용해 신고가 접수돼 출동 스위치를 누르면 119안전센터앞 신호등과 연결된 신호기가 동시에 작동, 출동을 준비하는 동안 사전에 신호를 제어해 바로 도로에 진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이용하고 있다.

이같은 긴급출동 신호체계시스템을 도시 전 지역에 확대 적용해 이용하면 상황발생때 골드타임내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 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에 긴급출동 신호체계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소방장비 노후화에 따른 내구연한과 정비 등에 대한 기준과 예산이 적합한가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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