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해외 입양인 초청 김창룡 인제대 교수
16년째 해외 입양인 초청 김창룡 인제대 교수
  • 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승인 2016.03.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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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14개국 240명 초청 "입양인 따뜻하게 보듬어야"

"우리 사회가 보듬어 안지 못해 해외로 입양된 이들을 환대하지는 못할망정 냉대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제라도 우리 동포로 받아들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2001년부터 해외 입양인을 모국에 초청해 연수를 시키는 경상남도 김해시 인제대학교 국제교육원 김창룡(59) 원장의 입양인 사랑은 유별나다.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제자를 양성하는 일에 힘쓰는 한편 연수에 참가한 입양인을 챙기느라 쉴 틈이 없어서다. 매학기 연수에 참가한 10여 명의 입양인과 어울려 지내다 보니 이들의 아픔과 고민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게 돼 자식처럼 애정을 쏟고 있다.

그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친부모가 양육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 탓에 입양을 보내야 한다면 그 일은 우리 사회의 공적인 일이므로 사후관리 차원에서라도 입양인의 모국 연수를 장려하고 이들을 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때 우리나라가 가난해서 포기했던 아이들에게 국가와 국민이 해줘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자 의무라는 생각에서 입양인을 초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학 국제교육원은 학기마다 14주 과정의 입양인 모국 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14개국에서 240여 명의 입양인이 참가했다. 2006년부터는 입양인 말고도 재외동포와 한국을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모국 연수 참가자는 대학 기숙사에 묵으며 한국어·한국사·한국 문화에 대한 강의를 듣고 답사를 통해 한국을 다양하게 체험하게 된다.

교육원은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인제대 재학생과 일대일 친구가 되는 '버디'와 가정방문 등을 실시하는 '호스트 패밀리' 제도를 운용하고 입양인의 친부모 찾기나 양부모 방문 때 통역과 가이드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참가자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해 참가비 일부만을 받고 있다. 나머지는 대학의 예산 지원과 외부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방 사립대 처지에서 보면 소위 '돈이 안 되는' 교육사업을 16년째 펼쳐온 셈이다. 화려하게 빛나는 일도 아닌데 한 번도 중단 없이 이어져 온 비결이 뭘까.

그는 대학 설립자인 백낙환 명예총장의 관심과 지원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1999년 인제대 교수로 부임하자마자 백낙환 총장(당시)을 찾아가 대학의 사회 기여 프로그램으로 해외 입양인 초청 연수 교육을 해보자고 건의했습니다. 건학 이념인 생명 존중·인간 사랑·자연 보호와도 잘 맞는다며 흔쾌히 지원을 약속해주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됐죠."

김 원장이 입양인 돕기에 앞장서게 된 것은 기자 시절의 인연 때문이다. 건국대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그는 1987년 AP통신사와 국민일보 기자를 지냈고, SBS 칼럼니스트와 KBS 부산방송총국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했다.

그는 기자 시절 해외 취재 과정에서 만난 입양인의 하소연을 듣고 기회가 되면 이들을 돕는 일에 나서겠다고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친부모가 있는 한국을 알고 싶은데 무작정 갈 수는 없고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1주일이든 열흘이든 여행이야 아무 문제 없지만 언어도 안 통하고 문화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봐야 제대로 한국을 알 수 없다는 거였죠. 입양인을 위한 모국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달려가겠다고 하더군요. 양부모 밑에서 훌륭한 인재로 성장했음에도 마음속의 응어리가 남아 있는 게 느껴져 어떡하든 돕고 싶어졌습니다."

김 원장은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발전했음에도 해외에서 선진국으로 불리지 못하는 까닭에 '입양인 냉대'가 한몫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부모·친자식 등 핏줄만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폐쇄성이 모국을 찾은 입양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에서 온 입양인이 모국 연수 수료식에서 밝힌 소감을 잊지 못한다며 소개했다. 그 연수생은 한국에서 사귄 친구가 자기에게 '입양인이 아니라 재미동포라고 소개해야 남들이 깔보지 않는다'라고 충고해 충격받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들은 평소 자신이 입양인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정작 모국이 냉대하며 정체성을 숨기라고 하니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짐작도 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바람은 해외 입양인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 더 많은 이가 모국을 알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지금까지 연수에 참가한 입양인과 그 가족을 모두 초청하는 '홈 커밍 데이'도 열 계획이다.

"해외 입양인 중에는 미국 정보기관 CIA 국장을 양부로 둔 이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계 입양인이 연거푸 장관에 오르기도 했죠. 22만 명에 달하는 이들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의 틈바구니에서 당당히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 유대인이 지원하기 때문이라는 걸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해외 입양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는 우리 사회의 공적 책무이기도 합니다."

인제대학교 국제교육원의 '해외 입양인 모국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입양인들이 한복과 서예 체험에 즐거워하고 있다.
경남 진해의 인제대학교 국제교육원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해외 입양인 모국연수를 시행해 240여명이 참가했다.
인제대 국제교육원의 입양인 모국연수에 참가한 입양인들이 국내 사찰에서 템플스테이 체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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