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19>

요즈음 방송은 '집밥'이니 '쿡방'이니 하는 요리프로그램이 대세다. 눈이 호강할 만한 형형색색의 재료들이 요리사의 손을 거쳐 절묘하게 어우러지면 저절로 침이 고인다.

TV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근사한 요리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소방관이 흘리는 땀의 의미를 충분히 담을 만한 따뜻한 식탁이 마련되면 어떨까.

언젠가 출동을 나간 한 소방관이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으로 한 모퉁이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는 사진이 세간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많은 시민은 "정말 수고가 많다", "너무 존경스럽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소방관은 이런 관심에 감사를 표하면서, 앞으로도 "수고한다"는 시민의 격려의 말, 그리고 시원한 생수 한 병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사고현장은 소방관 자신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시민에게 양보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소방관이라면 누구라도 현장에서 만큼은 따뜻하고 맛있는 식사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업무특성상 발생하는 잦은 교대근무와 불규칙적인 식사는 자칫하면 소화장애로 이어져 소방관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출동을 의식한 급한 식사는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불규칙적이고 영양균형이 깨진 식사는 소방관들이 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어 쉽게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또한 신진 대사의 원활함을 방해하기 때문에 그들이 섭취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고도 알려져 있다.

거기에 근무시간은 매순간 긴장의 연속이니 소방관의 몸이 이만저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출동벨 소리에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무전기를 타고 전해지는 절박한 메시지를 들을 때에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기도하게 된다. 현장에 도착해서는 인명을 구조하고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강도 높은 수고를 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소방관들이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

이제 그들의 노고에 우리가 보답할 차례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소방관을 친구로 둔 이웃에서 준비한 사랑이 가득 담긴 식사는 지치고 힘들어하는 소방관들에게 최고의 격려이자 인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적어도 소방관이라면 그런 식사를 누릴 자격은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소방관이란 직업처럼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렇다보니 소방관들은 근골격계 질환, 전신피로, 두통, 수면장애, 소화불량, 우울 또는 불안장애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들과 함께 현장을 뛸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이 따뜻한 밥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안전 국가대표’인 소방관들에게 따뜻한 밥 한 번 대접해보자. 물론 그 식탁에는 소방관이 하는 일에 대한 격려와 존경도 반찬으로 올라와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이건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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