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향한 라면들이 편의점에 진열돼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라면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팽창하고 있다. 라면은 식품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60년대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을 벗어나기 위한 방비책에 불과 했지만 더 이상 배고프지 않은 시대가 도래해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국민 1인당 한해 평균 70여개를 먹는 라면은 2017년 시장규모가 2조원대를 형성하면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라면은 종주국 중국인들이 일본 요코하마로 건너가면서 널리 퍼지게 된 후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납면(拉麵)으로 불린 라면의 유래는 일본식 발음으로 '라멘'으로 한국에서는 '라면'이 됐다.

이름과 기원은 같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인스턴트 라면, 일본식 라멘, 중국식 납면은 큰 차이가 있다.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에서 1958년 닛신식품이 최초로 '닛신 치킨라멘'을 개발하면서 확대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후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삼양식품에서 일본 묘조식품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1963년 최초로 삼양라면이 출시됐다.

첫 출시 이후 외면을 받았던 라면은 맛의 개선과 혼분식 정책에 힘입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닭고기 육수로 맛을 낸 삼양라면을 시작으로 소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한 제품들이 대량으로 개발됐다.

육류소비량이 1인당 5.2㎏. 기근에 시달리던 시기였기에 기름진 소고기 육수의 맛은 라면 성패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진 고기육수의 풍미를 즐길 수 있었기에 충분한 인기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1980년대 한국사회가 고도성장기를 맞으며 시장도 황금기를 맞는다. 현재의 베스트셀러 상품은 대부분은 이때 개발된 제품이다. 이 시대의 라면은 먹을것이 부족해 선택하는 식량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별미였다.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로 전환되는 시기였다.

1989년 우지파동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1990년에 진입하면서 지구환경과 자연보호운동이 시작된다. 건강식품이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시기다. 서구식 식습관이 도입되면서 쌀 소비량이 줄자 정부는 정책적으로 쌀로 만든 가공식품 개발을 장려하기 시작한다.

1990년대 초 쌀로 만든 라면이 출시됐지만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밀가루 라면에 익숙한 소비자의 외면으로 생산도 중단됐다. IMF로 인한 가계경제 파탄과 세기말의 불안함 등 불안정적인 시기에 자극적인 맛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 전만기 전문위원ㆍ공학박사

새로운 재료와 다양한 기능성 제품이 출시되면서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돌파한다. 1990년대 라면은 빠른 시간에 즐기는 간식의 개념이 짙어지면서 1분30초, 3분이하로 조리시간이 짧아진 것이 특징이다.

한국라면의 해외진출도 본격화돼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기 시작한다. 유통업체 PB상품이 가세하면서 시장은 더 다양해 졌다. 2000년대 특징은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타켓과 소비계층이 어린이와 여성 등으로 다양하게 세분화 된다.

2011년 신라면 블랙의 해외수출은 본격적인 프리미엄시장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FTA 미국 수입소 파동 후 닭고기 육수의 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꼬꼬면을 시작으로 하얀국물 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나가사끼면과 기스면이 출시됐다.

2010년도 중반에 하얀국물 라면 인기가 사그라들고 국내외 경제적 여건 악화의 사회적 분위기에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매운라면의 출시가 활발해 진다.

시장은 성장기에 속해 있지만 상품수는 포화상태다. 차별화된 프리미엄 라면시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 라면과 재료ㆍ구성이 다른 다양함과 풍성함을 더한 상품과 '유해하다'고 속성을 제거하고 신기술 가공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할 때다.

신제품의 성공은 단순히 맛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닌 성분ㆍ영양, 재료와 가공방식 같은 복합적인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맞춤형 식품이 증가하면서 라면에도 계층별로 요구되는 건강과 위생적인 요구에 맞도록 품목을 다양화해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

■ 전만기 전문위원(공학박사ㆍ식품기술사) = 30종류의 식품분야 공장건설과 운영전문가다. 행정학과 식품ㆍ생물공학을 복수전공했다. 식품안전 역사에서 식품산업 융합을 통한 새로운 영역의 안전한 먹을거리 창출을 위해 32년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성균관대 식품생명공학과 겸임교수를 맡아 경험과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NCS 국가기술학습모듈(두류식품가공)을 집필했다. 세이프타임즈 기자스쿨을 제10기로 수료했으며 (주)팜덕 공장장(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