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시 대부분의 사망자는 연기에 의한 질식사로 알려져 있다. 연기는 건물내 개구부와 틈새를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다른 구역의 거주자들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연기는 수직으로 더욱 빨리 이동하기 때문에 저층부보다 고층부가 더 위험하다.

관련법에서는 건물 내부의 연기이동 통로가 될 수 있는 설비배관용 수직샤프트, 화장실 환기용 덕트 그리고 엘리베이터 승강로, 계단실 등은 다른 구역과의 방화구획을 강제하고 있다.

특히 피난용 계단실로의 연기유입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방화구획과 더불어 보다 충분한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별피난계단실에 한해 압력차를 이용한 방연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연기제어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초기에는 피난로와 계단 등으로 유입된 연기를 적극적으로 배출하고자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유입된 연기의 배출은 공간 내부의 압력을 낮추게 돼 연기를 다시 유입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은 2차 세계대전 중 독가스나 박테리아 살포시 중요한 통제실을 방어하기 위한 양압기술에서 그 해결점을 찾았다. 즉 공간내부의 압력을 높임으로써 연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양압기술은 1964년 영국의 소방연구소에서 백화점을 대상으로 수행한 결과 매우 만족하였고, 1972년 미국의 부룩클린에서도 양압을 이용한 방연기법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보편적인 기술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04년 무렵 특별피난계단실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적기준이 마련된다.

이 기술의 원리는 매우 간단한데 예를 들어 풍선을 불면 내부의 압력이 올라간다. 그 상태에서 조그마한 구멍을 뚫으면 공기가 새면서 압력이 떨어질 것이다. 만일 압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구멍으로 누설되는 공기의 양만큼 공급해주면 풍선내부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건물내부의 피난계단과 계단부속실이 풍선의 내부가 된다.

그러나 실제 건물에 적용할 경우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피난계단실이나 계단부속실내부를 일정한 압력(50Pa전후)으로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양의 공기를 지속적으로 불어 넣어주면 되지만, 출입구가 빈번하게 열리고 닫히는 상황에서 공간내부의 압력이 크게 변화하게 된다. 문이 개방될 경우에는 너무 많은 양의 공기가 새어나가 압력의 유지가 어려워진다.

이때에는 일정한 속도(0.5~0.7m/s)의 바람을 이용하여 연기의 유입을 차단한다. 풍속을 구현하기 위한 바람의 양은 문이 닫힌 상태에서 압력유지에 요구되는 양에 비해 크기 때문에 문이 다시 닫힐 경우 과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과압이 걸릴 경우에는 피난문을 열기 어려워져 오히려 피난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과압을 배출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보조장치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과압시 개방되는 플랩댐퍼를 설치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자동으로 급기량을 조절해 압력을 맞추는 자동차압조절댐퍼와 송풍기의 회전수를 변화시켜 공기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가압방연기술의 적용은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너무도 많아 설계가 매우 까다로운 분야중의 하나다.

특히 겨울철에는 건물내 연돌효과의 영향으로 계단실내부의 압력이 고층부는 건물내부보다 높고, 저층부는 건물내부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이때 계단실에 양압을 형성하기 위해 급기를 하게 되면 고층부는 압력이 더 올라가 계단실 피난문을 열기가 어려워진다. 반대로 저층부의 압력상승은 그리 크지 않아 연기유입을 막기에는 부족하다.

거기에 바람의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매우 복잡해진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건물내부의 공간은 압력이 상승하고, 불어나가는 쪽은 음압이 걸리게 된다. 바람의 속도도 건물의 저층부와 고층부에서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영향들을 고려하여 적정한 성능을 구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최근에는 고속용승강기가 많이 설치됨에 따라 승강기 운행시 발생하는 피스톤효과가 건물내의 압력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 이 또한 고려해야할 중요한 요소로 대두된다. 건물의 구조와 재질에 따라 누설경로와 틈새면적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방연설비의 용량계산 또한 쉽지 않다.

위의 모든 것을 감안해 잘 설계하였더라도 정작 문제점은 다른데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고층건물에서 모든 층의 사람들이 동시에 피난을 하게 되면 각층과 연결된 계산실의 피난문은 모두 열리게 될 것이다.

이때 열린 피난문을 통해 연기유입을 막기위한 적정기준의 방연풍속이 필요한데 한꺼번에 열린 많은 개방된 문으로 바람이 분산돼, 정작 화재층에서 필요한 방연풍속은 구현되지 않는다. 모든 층의 문이 개방되었을 경우에도 방연풍속이 구현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설계시에는 최대 2개층만 개방되는 것을 기준으로 설계한다.

따라서 고층빌딩의 피난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피난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차피 모든 층에서 동시에 피난을 시작해도 계단실 내부에서 정체가 발생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피난을 계획하는 것이 계단실로의 연기유입을 막는 방연설비의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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