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입수능일인 23일 서울 자운고 앞에서 경찰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 이상종 기자

포항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돼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일부지역은 눈이 내리는 등 한파가 몰아쳤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험생 '수송작전'을 펼쳤다. 일부 수험생은 교통사고나 복통을 일으켜 별도의 공간에서 시험을 보기도 했다.

고사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매년 행사처럼 진행되는 엿과 찹살떡과 부모ㆍ선후배들 마음이 더해져 시끌벅쩍 했던 시절과는 많이 다른 풍경이었다.

◇ "여기가 시험장이 아니라고요" = 입실 시간을 10분 앞둔 오전 8시쯤 대전 반석고 앞에서 한 학생이 발을 동동 굴렀다. 고사장은 지족고였지만 착각해 반석고로 온 것이었다. 경찰은 순찰차를 이용, 지족고로 데려다 줬다. 6분 뒤인 오전 8시6분쯤에는 반석고 앞에서 또 "고사장을 착각해 잘못 왔다"는 학생이 나타났다.

입실마감 시간을 4분 앞둔 상황이었다. 당황한 학생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경찰이 나타나 학생을 지족고로 긴급 이송했다. 학생은 다행히 입실마감 시간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사장으로 가는 길이 밀리거나 택시가 잡히지 않아 지구대와 파출소를 찾아와 도움을 청한 학생도 있었다. 경찰은 막힌 길 사이로 순찰차와 오토바이를 몰아 학생들을 수험장으로 이송하는 '긴급작전'을 펼쳤다. 보령 대천고에서는 오전 9시 57분쯤 감독하던 교사가 어지럼증을 호소, 다른 교사로 교체한 뒤 119구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일도 있었다.

▲ 2018 대입수능이 치러진 23일 대전 가오고 앞에 성모여고 교사와 후배들이 학생을 응원하고 있다. ⓒ 오선이 기자

◇ "멀어서 제시간에 못 가요" = 전주에서는 제시간에 시험장에 도착하지 못한 한 수험생이 시험장을 변경했다. 오전 8시3분쯤 한 수험생이 전주의 한 고등학교에 전화를 걸어 "시험을 봐야 하는데 고사장이 멀어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학교는 곧바로 이 수험생에 대한 시험장 변경 가능 여부 등을 교육청에 문의했다.

교육청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규정에 따라 수험생이 집 근처 다른 학교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안내했다. 수험생은 1교시 시험이 치러지기 전에 변경된 시험장에 도착했다.

◇ 시험장 착각해 '1분전에 턱걸이' 입실 = 오전 8시 5분쯤 충북 충주여고 앞에서 중이었던 경찰관에게 수험생 김모양이 다급히 도움을 청했다. 김양은 "시험장을 잘못 알고 이곳으로 왔는데 시험장이 예성여고"라며 "태워다 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김양을 순찰차에 태우고 1.6㎞ 떨어진 예성여고를 향해 달렸다. 김양은 입실 마감시간을 1분 앞두고 무사히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전 7시 53분쯤 청주시 일신여고 앞에서는 순찰 근무 중이던 경찰이 딸을 태우고 수험장을 가다 길을 잃은 한 남성을 만났다. 경찰은 이 남성의 딸을 순찰차에 태워 금천고까지 3㎞ 거리를 6분만에 운송했다. 청주의 다른 시험장도 2교시 진행중 갑자기 복통을 호소한 수험생을 인근 병원으로 옮긴 뒤 이곳에 개설된 시험장에서 시험을 봤다.

▲ 23일 제주지역 시민들이 수험생을 운송하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새마을지도자회북동협의는 오현ㆍ대기ㆍ제일고와 신성여고 수험생을 위해 차량을 운영 했다. ⓒ 박은경 기자

◇ 새벽 복통ㆍ심장수술 수험생 병원서 시험 = 경남에서는 새벽에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응급실로 옮겨진 수험생이 병원에 마련된 시험실에서 수능을 치르고 있다. 거제 한 병원 1인실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는 여학생은 오전 1시쯤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 병원으로 옮겨졌다.

교육청은 연락을 받은 직후 1시간만에 감독에 필요한 인원섭외를 마쳤다. 해당 병원에는 장학사 1명과 감독교사 3명이 머물며 시험 진행 업무를 맡고 있다. 양산의 한 여학생은 최근 심장 수술을 받아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게 됐다.

◇ 화장실에 쓰러진 여고생 결국 응시 포기 = 부산 주례여고 시험장은 1교시 시작전에 한 여고생이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여학생은 결국 시험을 포기할 수 밖에 없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수험생은 1교시 국어 과목 시험 전에 화장실에서 쓰러져 잠시 실신하는 바람에 제 시간에 시험에 응시하지 못했다.

시험감독관은 시험시간을 조정해 응시토록 했지만 몸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아 결국 시험을 포기하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덕여고 시험장은 한 수험생이 1교시 시작 직후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내성고 시험장에서는 수험생 2명이 고사장을 잘못 찾아 별도 교실에서 시험을 보는 일이 벌어졌다.

▲ 제주지역 수험생들이 23일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승용차를 타고 있다. 새마을지도자회북동협의는 오현ㆍ대기ㆍ제일고와 신성여고 수험생을 위해 차량을 운영했다. ⓒ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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