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전 암수술을 받은 50대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불길을 피해 3층에서 뛰어내린 어린 남매를 맨손으로 받아내 극적으로 구했다.

지난 20일 오전 10시 54분쯤 인천 서구 왕길동 5층짜리 빌라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불은 삽시간에 주차장에 있던 차량 4대를 태운 뒤 건물 외벽을 타고 번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에 나섰다.

인천서부소방서 원당119센터장 정인근 소방경(54)은 연기로 가득 찬 건물에서 구조활동을 하던 중 3층 창문 틈으로 "살려달라"는 어린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다섯살(여)과 세살(남)인 남매였다. 빌라 주민들은 난간 등을 타고 옆 건물로 피신했지만 키가 1m 남짓한 남매는 난간을 올라갈 수 없었다.

정 센터장은 바닥에 에어매트를 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 대피중인 어른들에게 아이들 구조를 요청했다.

이에 한 주민이 남매를 차례대로 콘크리트 바닥으로 뛰어내리도록 도왔다. 지난달 신장암 수술을 받은 정 센터장은 상처가 아물지 않아 허리를 굽힐 수도 없었고 복대까지 차고 있는 상태였다. 

정 소방경은 "남매를 구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며 "다행히 안전하게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남매는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외상도 없고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불로 이 빌라에 살던 20여명이 유독가스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인천서부소방서는 정소방경과 남매 구조를 도와준 주민에게 표창장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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