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우일모(九牛一毛) ☞ 아홉 구(九), 소 우(牛), 한 일(一), 털 모(毛)

아홉 마리 소 가운데 털 하나라는 뜻으로 수많은 것 중에서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 △창해일속(滄海一粟) △대해일적(大海一滴) △대해일속(大海日粟) 등이 있다.

사마천(司馬遷)의 <보임안서(報任安書)>에 나오는 말로서 흉노를 정벌하러 나갔던 이릉 장군은 열배가 넘는 적의 기병을 맞아 초반에는 잘 싸웠지만 결국 중과부적으로 패했다. 흉노에게 항복하게 된 이릉 장군을 사마천이 변호하다가 궁형이라는 혹독한 형벌을 받았다.

후일 사마천은, 설령 내가 복종해 죽임을 당할지라도 아홉마리 소에서 한 개의 터럭을 잃는 것과 같다고 했다.

가령복복법수주약구우망일모여루의하이(假令僕伏法受誅若 九牛亡一毛與螻螘何異). 가령 내가 형벌을 받아 죽음을 당해도 아홉 마리의 소에서 털 하나를 잃어버린 것과 같으니, 땅 강아지나 개미같은 벌레와 다른 게 무엇인가. 구우일모는 여기서 유래한 말이다.

▲ 이선욱 고문ㆍ논설위원

궁형을 당한 이후 사마천은 불후의 명저로 꼽히는 <사기(史記)> 130여권을 완성했다.

'삶의 질' 못지않게 '죽음의 질'을 마음 깊이 새긴 사마천의 고뇌와 용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요즘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자살 1ㆍ2위를 오르내리는 불명예스러운 오명을 기록하고 있다.

오죽하면 자살까지 생각했겠는가. 그러나 현자성중기사(賢者誠重其死), 현명한 사람은 참으로 자신의 죽음을 소중히 여긴다고 했다.

사마천의 말처럼 헛된 죽음을 경멸(輕蔑)하자는 표어를 '자살예방 캠페인 구호'로 사용하는 것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이선욱 논설위원ㆍ고문 = 세이프타임즈 최고령(76) 시민기자다. 인재개발교육원장을 역임하고 상임감사 겸 고문을 맡고 있다. 예학자인 이 고문은 한국전통예절교육원장으로 예절강의와 800여회의 '안전기원제'를 집전했다. 한국주례연구회 회장으로 1050회에 달하는 결혼식을 주관한 전문주례사로 활약하고 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