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후 귀가하려던 직원이 만취해 도로변에 누워 있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진만 수석부장판사)는 회사원 A씨의 유족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1월 13일 전무, 부장, 차장, 대리 등 4명과 회식을 했다. 부서명칭 변경과 팀 통합 등 조직을 개편하면서 회사 대표가 사기 진작 차원에서 전무에게 직원들과의 회식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A씨는 전무와 협력업체 대표를 만나 술을 마셨고, 부장 등이 있는 음식점으로 이동해 회식에 합류했다.

직원들에게 술을 권하는 등 회식 분위기를 주도했던 그는 술값을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취 상태가 됐다. 다음날 새벽 귀가하던 중 도로변에 누워 있다가 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A씨 유족은 "회사 회식 중 과음으로 인해 사망했다"며 공단에 산업재해보상법에 따른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해당 회식은 사회 통념상 노무관리나 사업 운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보기 어렵고, 통상적인 귀가 경로를 이탈해 도로변에 누워 있다가 사고가 났다"면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들은 지난 6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회사의 전반적인 지배ㆍ관리하에 이뤄진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인해 사고가 났다"면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식은 회사 부서 이동에 즈음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원활한 인수인계와 지속적인 협력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면서 "A씨는 실무 책임자로서 회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술자리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만취 상태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회사 통상의 방법에 따라 회사비용으로 회식비가 처리됐고, 귀가 동선 등에 비춰 보면 A씨가 만취 상태에서 귀가하던 중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다가 사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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