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만 공장화재로 인한 재산피해가 930억원에 달했다.

공장건축물 건축자재는 단열재 양면에 철판을 붙여 만든 샌드위치 패널이 대체적으로 쓰여진다. 단열재는 유기단열재(有機斷熱材)인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무기단열재(無機斷熱材)인 그라스 울과 미네랄 울이 많이 쓰인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같은 가연성 유기단열재는 불이 붙으면 급속히 번지면서 바깥면이 철판이기에 물을 뿌려도 소용이 없다.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에 취약한 이유다.

유기단열재를 사용한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에 취약한 반면에 무기단열재를 사용한 경우는 불에 잘 타지 않는다.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이 저렴한 유기단열재를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대형화재 발생때 참사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플라스틱 제품이 연소되는 과정에서 분출하는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연소가스가 산소고갈을 불러와 질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화재때 나오는 질소산화물, 시안화수소, 염산 등은 독성이 강해 인명피해를 부채질한다. 화재시 불쏘시개가 유기단열재 이기에 사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 스티로폼 단열재, 씨랜드 참사 '주범' = 1999년 6월 30일. 경기 화성군 청소년수련원 씨랜드는 모기향에서 발화된 화재로 자고 있던 유치원생 19명, 교사 등 23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콘크리트 1층 건물위에 52개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임시건물이었다. 컨테이너에 사용된 스티로폼 단열재가 주범이었다. 연소확대 시간이 빨라지면서 화마가 씨랜드를 순식간에 덮쳤다. 유독성 가스가 대량으로 발생, 인명피해가 컸다.

◇ 우레탄, 인천 인현동 호프집 참사 '촉발' = 1999년 10월 30일. 인천시 인현동 상가 건물 화재로 중고생 등 56명이 사망하고 78명이 다쳤다. 불은 지하 노래방 내부수리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 학생 2명이 시너유(thinner)로 불장난 중에 화염이 계단을 타고 확산됐다. 계단은 불에 잘 타는 우레탄재질의 시공이 문제였다. 사상자 대부분도 지하층도 아닌 2층에서 발생했다. 50여평에 불과한 호프집에 120여명이 북적였다. 점포 내부는 의자로 빼곡히 차 있어 통로 공간은 겨우 한사람이 다닐 수 있을 만큼 비좁았다. 특히 대형 유리창은 나무 패널 등으로 폐쇄돼 있었다. 불이 난 뒤 대피공간을 찾지 못한 채 서로 뒤엉켜 인명피해가 컸다. 내장재와 의자 등 집기도 인화성이 강한 물질이었다.

◇ 유독가스가 삼킨 이천 냉동 창고 = 2008년 1월 7일. 경기 이천 코리아2000 냉동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4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작업장 내부 벽면과 천장 모두가 우레탄폼으로 도배돼 불은 더 빠르게 확산됐다.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해 인명피해가 컸다. 건물지하에서 발포작업 중이던 우레탄에 섞여있던 시너유의 가연성 가스에 의해 화재는 건물 전체로 확산됐다.

냉동실 우레탄 발포작업 중 휘발성이 강하고 불이 잘 붙는 시너유의 가연성가스에 의해 일어난 참사였다. 방화셔터도 차단되면서 출구가 하나뿐이었다. 작업자의 탈출에 지장을 초래해 인명피해가 컸다. 현장에는 다량의 시너유와 우레탄이 쌓여 있었다. 화재현장은 환기가 잘 되지 않아 가연성 가스가 충만했다. 화재현장에 있던 우레탄이 타면서 독성가스가 발생해 피해가 컸다. 우레탄이 타면 독성의 시안화수소가 발생한다.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일용직 인부의 안전교육 미실시, 공기를 맞추기 위한 공사강행도 참사의 빌미를 제공했다.

◇ 치밀한 화재예방 대형참사 '차단' = 용접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2인1조로 편성, 1명은 용접업무에 전념하고 다른 1명은 용접불똥이 튀어 주위 가연물에 착화되는지 감시해야 한다. 불똥비산 방지포를 설치하고 주변에 소화기와 소방호스도 비치해야 한다.

냉동창고 우레탄 작업때는 가연성 가스가 실내에 체류하지 않도록 환기용 팬을 가동해야 한다. 플라스틱제품인 스티로폼ㆍ우레탄폼ㆍ폴리염화비닐은 불에 타기 쉬워 화기취급때 연소열이 특수가연물에 근접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

샌드위치 스티로폼 패널은 열전도성이 뛰어나 철재가 가열되면 내부에서 쉽게 연소되기에 화기취급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용해야 한다. 이 패널은 날카롭고 예리해 전선피복을 쉽게 절단해 합선과 누전에 의한 화재발생 가능성이 높다. 전선이 노출돼 관통하지 않도록 하거나, 합성수지관이나 절연비닐관 등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화재초기에는 바람을 등지고 소화기를 사용해야 한다. 스티로폼이 연소되면 산소가 고갈되고 열에 의한 분해속도가 빨라 그을음 입자 발생이 높아진다. 사전에 대피로도 염두해 둬야 한다. 물에 적신 수건이나 공기가 든 봉지 등으로 호흡을 하는 등 최대한 연기를 마시지 않고 대피할 수 있는 방법을 사전에 마련해 해야 한다.

◇ '체크포인트' 분석, 화재예방 출발점 = 현장의 가연물 상태와 건축물 내장재 불연ㆍ가연성여부는 점검의 기초다. 방화구획과 피난통로 확보, 소방대 진입경로 파악은 필수다. 소방설비 시스템이 유사시 정상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ㆍ관리해야 한다.

▲ 오상환 논설위원ㆍ재난과학박사

소화펌프와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자동스위치를 수동이나 꺼두어서는 안 된다.

동파방지를 위해 수계소화설비 시스템을 배수상태로 관리하지는 않는지 점검하는 것도 체크포인트다.

소화수 확보와 물올림장치, 소방밸브가 폐쇄된 상태가 아닌지도 꼼꼼이 점검해야 한다. 펌프 흡입측 배관의 후드밸브 누설, 펌프시스템에 공기가 흡입돼 캐비테이션(cavitation) 현상이 발생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소방안전관리자는 소방대상물의 소방설비시스템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소방시설물을 유지ㆍ관리할 수 있는 소양과 기술, 권한이 있는 자격자를 배치해 해야 한다. 

■ 오상환(76) 고문논설위원 = 평생을 소방기술 현장을 지켜오고 있는 원로다. 61세에 최고령 소방기술사 필기시험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중졸 소방기술사'라는 특이한 이력의 오 위원은 63세에 고졸검정고시를 거쳐 2004년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1학년을 중퇴하고 독학사로 '대졸 간판'을 땄다. 기술계에 보기드문 만학도인 오 위원은 서울시립대교 대학원에서 방재공학석사(2007)와 재난과학박사(2014) 학위를 취득한 화제의 인물이다. 선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 사무소 상무로 재직하며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상주 감리를 하는 현역 최고령 소방기술사다. 세이프타임즈 창간멤버로 고문 겸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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