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ㆍ삼성ㆍ아산병원 환자 908명 20년 추적 조사

자동차 배기가스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나오는 버스정류장 반경 2㎞ 이내에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에 걸릴 위험이 최대 2배까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인하대병원ㆍ삼성서울병원ㆍ서울아산병원 공동연구팀은 조직검사에서 폐암확진 판정을 받은 908명과 같은 수의 건강한 대조군을 대상으로 20년 동안의 주거 장소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노출 정도와 폐암 발생의 관련성을 1대1 면접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연세의학저널(yonsei medical journal) 11월호에 발표됐다.

폐암 환자는 평균 61세에 진단을 받았으며 여성(38%)보다 남성(62%)이 더 많았다. 남성 환자의 23%는 조사 시점에 흡연자였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폐암 환자를 나이ㆍ성별ㆍ흡연 경험ㆍ직장에서의 발암물질 노출 여부 등을 기준으로 나눠 대조군과 폐암 발생률을 비교했다.

대기오염물질의 경우 각 환자의 20년치(1995∼2014년) 주소 이력에 지역ㆍ연도별 미세먼지(PM10)와 이산화질소(NO2) 농도를 역추적해 대입하는 방식으로 노출량을 추정했다.

이 결과 미세먼지(PM10)가 1㎥당 10㎍씩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은 1.09배 상승했다. 자동차 배기가스 성분인 이산화질소(NO2)는 10ppb가 증가할수록 폐암 발생률을 1.10배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오염과 폐암 발생률 사이의 이런 연관성은 흡연 경험이 없는 비흡연자, 과일 섭취가 적은 사람,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 그룹에서 더욱 컸다.

폐암의 종류별로는 간과 뇌 등에 전이가 잘되는 선암보다 편평세포암, 소세포암이 대기오염과 더 관련 있었다.

▲ 폐암환자 흉부 X-선 영상 ⓒ 서울아산병원 제공

특히 버스ㆍ택시 정류장에서 반경 2㎞ 이내에 거주하는 사람의 폐암 위험도는 그렇지 않은 사람의 2.01배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공업단지, 소각로에서 반경 2㎞ 이내에 거주하는 사람의 폐암 위험도도 각각 1.18배 높았다. 같은 조건에서 송전탑은 폐암 위험도를 1.13배 높이는 요인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국내 대규모의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20년치 주거지 이력에 따른 대기오염 노출을 평가, 폐암 발생과의 조직학적인 연관성을 밝힌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거지와 위험시설의 거리, 식생활습관 등은 환자들의 주관적인 답변에 기초해 실제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폐는 감각신경이 없어 결핵이나 감염 등으로 많이 손상돼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폐암 초기도 마찬가지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침이나 가래 등의 증상이 있더라도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는 무증상인 상태에서 시작해야 결과가 좋다.

연구책임자인 김환철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되더라도 하루 한번 이상으로 과일을 많이 먹는 사람은 한 달에 1~3번 정도로 적게 섭취하는 사람보다 폐암이 걸릴 위험이 낮았다"면서 "과일 섭취는 대기오염의 산화스트레스 영향에 대한 보호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폐암환자 CT촬영 영상 ⓒ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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