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산화탄소 스프링클러 경고 표지. ⓒ 소방청
▲ 이산화탄소 스프링클러 경고 표지. ⓒ 소방청

1971년 12월 25일 오전 9시 50분. 이날은 소방역사에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됐던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구조상황 등이 TV로 생중계됐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상황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던 대연각호텔 화재는 지금까지도 매우 충격적인 사고로 기억되고 있다. 화재가 1시간 반만에 건물전체로 퍼져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건물에서 나오지 못한 채 외부의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당시 7층 높이까지만 사용이 가능한 고가사다리차는 21층 높이 건물내 사람들을 구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내 곳곳으로 퍼진 화염과 연기로 166명이 사망했다. 이 모든 것을 현장에서 고스란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화염과 연기를 견디다 못해 침대 매트리스를 이고 뛰어내리다 사망한 경우도 많았다. 아비규환이었다. 이로부터 정확히 46년 뒤 발생한 런던 그랜펠타워 화재는 정확히 대연각 호텔화재와 겹쳤다.

고층건물이 얼마나 화재에 취약한지 경각심을 불러온 '사건'이었다. 스프링클러와 같은 자동식 소화설비가 의무화되는 계기가 됐다. 사고 이후 많은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다.

당시 호텔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더라면 이토록 처참한 사고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만 클 뿐이다.

불의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 인류는 매우 훌륭한 소화약제를 찾아냈는데 그것은 바로 물이다. 현재까지도 물을 능가하는 소화약제는 없다.

물을 이용한 소화설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스프링클러의 역사는 172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물통에 연결된 화약이 불에 의해 터지면 물이 쏟아져 불이 꺼지는 매우 단순한 아이디어였다.

이후 배관에 구멍을 뚫고 밸브에 연결된 줄이 끊어지면 밸브가 열려 물이 쏟아져 불이 꺼지는 형태가 고안됐다. 1874년에 비로소 지금과 같은 형태의 현대식 스프링클러가 개발되고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1955년부터는 스프링클러 방수가 바닥으로만 이뤄지도록 방수패턴이 표준화됐다. 천정의 재질이 불연화되면서 위쪽으로의 방수는 무의미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식 스프링클러의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가연성 천정재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프링클러는 통계적으로 98% 이상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의 실패는 밸브를 잠가뒀거나 펌프가 운전되지 않는 등 관리상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스프링클러를 제대로 설치하고 관리한다면 모든 화재를 진압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스프링클러 경우 물방울의 크기 분포는 지름 2mm가 가장 많고 나머지는 작은 입자들이 분포한다. 방수상황이 상상되지 않겠지만 마치 한여름의 소나기와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큰 물방울들은 연소중인 가연물표면까지 직접 침투해 소화효과를 높이고, 작은 물방울들은 화원 주위에서 증발해 주변공기를 냉각시킴과 동시에 약 1700배로 팽창된 증기체적은 주변의 산소농도를 떨어뜨려 소화에 도움을 준다.

더불어 복사열을 감소시켜 복사열 전달에 의한 연소확대를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렇듯 각각의 입자크기가 상호보완작용을 통해 소화가 이뤄진다.

무엇보다도 스프링클러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방수량이다. 화재크기가 클수록 시간당 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공학단위로는 'Liter/min/m2'로 나타내며 'Water density'로 표현한다.

만일 설정된 방수량보다 더 큰 화재가 발생하면 스프링클러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공간내 예상되는 화재크기에 맞게 방수량을 결정해 설치해야 한다.

이렇게 결정된 방수량을 건물내 모든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상황에서도 만족할 수 있도록 소화용수를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일정범위의 스프링클러만 작동한 것을 가정해 설계용량을 결정한다.

만일 설계 범위를 초과할 동안 스프링클러가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면, 더 이상 스프링클러에 의한 화재진압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대부분 1~3개 정도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화재를 진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30개 정도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것을 가정해 설계하고 있다.

이처럼 물은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소화약제로 소화성능을 높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화재의 양상이 시대에 따라 더 강해지고 있지만 물 또한 공학과 기술의 접목으로 더욱 강력한 소화약제로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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