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막염 투병' 이용마 MBC 해직기자 한국현대사 조망

MBC 해직기자 이용마 기자가 해직된 지 2670일. 그 사이 복막암이라는 시한부 판정까지. 권력에 의해 철저히 짓밟힌 한 기자의 지난 5년 6개월의 일이다.

그에겐 열 살 쌍둥이 아들이 있다. 투병하고 있는 자신보다 이 아이들이 걱정이다. 10년 후면 쌍둥이가 20살인데 인생의 행로를 정할 때 자신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앞선다. 옆에서 조언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말이다. 해서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자기 경험을 들려주기로 한다. 아이들이 나중에라도 읽어주기를 바라면서 ··· .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이용마 지음ㆍ창비 펴냄)는 한 개인에 대한 기록이지만 우리의 현대사가 그대로 녹아 있다.

책에서 저자는 민주화 운동을 비롯해 자신이 겪은 한국 현대사를 여과 없이 풀어냈다. 20년 가까운 기자 생활 동안 지켜본 한국 사회의 변화를 폭넓게 조망했다. 각계 각층에 공고히 자리 잡은 기득권 세력에 의한 폐해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와 언론이 어떤 과제를 떠안고 있는지 분석했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두 아들에게 "나의 꿈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나의 인생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애들이 나중에 조금 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 조금 더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에서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다.

그의 바람이 쌍둥이가 어른이 됐을 때 얼마나 이루어졌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용마 기자는 2012년 MBC 파업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을 맡아 파업을 이끌었다. 그해 3월 해고된 뒤 지금까지 복직을 못하고 있다. 1ㆍ2심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 계류된 지 2년째다. 정권이 바뀐 지금은 희망을 품고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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