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국가직화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이 26일 발표됐다.

2019년 1월까지 지방직 소방공무원 4만4792명 전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고 지역단위 재난에 대한 시도지사 총괄ㆍ조정 역할을 고려해 시도지사의 인사ㆍ지휘ㆍ통솔권한은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임기내 소방공무원 2만명을 확충한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국가직으로 신분을 전환한 소방공무원은 시도지사 관할 시도 소방본부에 소속되고, 예산은 시도에서 편성ㆍ집행하는 체계로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재정소요는 재정분권과 연계해 적극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소방특별회계를 신설해 국가ㆍ지방의 전입금 구성비율을 법정화 하기로 했다. 소방공무원 처우개선을 위해 전문치료ㆍ치유시설 건립, 소방공무원 수당 신설, 지역 소방격차 해소와 현장 재난대응체계를 위한 방안도 발표됐다.

이같은 정부발표를 접한 소방 당사자의 심정은 어떨까.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는 이가 있는 반면 필자를 비롯해 아쉬움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럼 박수칠 일은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에 대한 최종 논의는 이날 여수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제5회 지방자치의 날을 앞두고 지방자치분권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런 자리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논의하고 결정한다는 자체가 문재인 정부에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자치분권과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의 자기모순에 빠진 것으로 비춰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두고 문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안전만큼은 아직 자치분권에 맡길 수 있을 만큼 사회적 의식이 성숙되지 않았으며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치적 셈법'으론 결정할 수 없는 진정성 있는 모습이다. 크게 박수칠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인원충원, 전문치료ㆍ치유시설 건립, 수당현실화는 지방체제 소방에서는 할 수 없는 일로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 언급한 내용들이 소방공무원이 국가직화를 주장하는 이유에 포함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가직화 요구에 담겨 있는 중요한 또 하나는 소방조직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길 희망하는 바람이 있다.

열악한 소방공무원의 처우와 대한민국 안전확보에 대한 위기를 만들어 낸 것은 지방조직으로 묶여있던 소방조직이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분야가 아닌 일반행정분야에서 인사ㆍ예산 등을 독점, 사실상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빼앗겨 소방조직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소방정책이 늘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소방청이 독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소방조직 국가직화에 대한 밑그림은 소방조직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에 있어서는 매우 참담한 수준이다. 실망스러운 이유다.

국가가 존재해도 주권이 없으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우린 역사에서 경험하기도 했다. 조직관리,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에 있어서 예산과 인사는 국가의 주권이라 할 수 있는 핵심사항이다.

소방사무는 그대로 지방사무로 유지됐고 인사ㆍ지휘 통솔권 역시 시도지사에게 남겨뒀다. 소방재원에 대한 안정성은 확보됐다고 할지라도 예산편성ㆍ집행권한도 그대로 시도에 유지시켰다.

▲ 고진영 전 소방발전협의회 회장

소방공무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변경한 것 외에 소방조직의 독립성 확보에는 변한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부적인 법개정이나 조직형태에 대한 조정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어렵게 독립성을 확보하고자 소방청을 독립시킨 이유가 무색해 졌다. 소방국가직화에 대한 정부발표에 웃을 수만 없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추진의지와 저항에 맞선 시도지사의 정치적인 셈법만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국정기조가 자치분권임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공감하고 소방국가직화를 이끌어낸 것은 또 하나의 성숙된 정치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남은 것은 소방조직이다. "소방조직은 이상하다. 자신들의 일임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소방국가직화에 대해서 소신있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소방수뇌부를 질타하는 모의원의 이야기가 있었다.

필자도 소방국가직화에 대한 어떤 내용도 소방지휘부의 목소리를 접하지 못했다. 지금의 열악한 소방공무원의 처우와 소방조직의 독립성을 훼손되도록 방치한 책임에 있어서 소방지휘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더 큰 책임이 소방지휘부와 우리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안나카레니나 법칙,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도 소방지휘부의 자기반성, 혁신이 없는 한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소방조직의 미래는 불행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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