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3> 소방,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면…

한번쯤은 가슴 뭉클했던 감동의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거나 강의를 들으면서, 혹은 누군가 선행을 베풀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가슴이 뜨거웠던 그런 순간 말이다. 하지만 순간의 감동과 깨달음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뇌리에 깊이 새겨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소방관은 매일 전쟁터와 같은 현장을 누빈다. 얄궂은 사고 현장은 매번 소방관들을 주눅 들게 만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또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도 일깨워준다.
많은 소방관들이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정작 그 변화를 스스로 주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어떤 이들은 소방의 무기력함을 한탄한다. 변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맡아서 해 줄 거라는 지나친 의존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소방을 응원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일 수는 있겠지만, 소방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소방관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건 논설위원

소방관의 적극적 참여가 아쉬웠던 사례가 있다. 2014년 개최된 '도와줘요 119, 국민안전 보장을 위한 소방조직 개선방안 토론회'. 500여명이 참석한 토론회는 현직 소방관보다 오히려 의용소방대원들의 참석수가 더 많아 과연 누구를 위한 토론회인지 의아하게 만들었다.
시도를 대표하는 많은 소방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비상구도 안내하고, 행사장 안전점검도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등 안전전문가들이 필요한 이유를 몸소 실천해서 보여주었어야 마땅했지만, 행사장에서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국민안전을 위해 소방조직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안전조차 챙겨주지 못하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으니 참으로 개탄한 일이 아닌가. 대개의 사람들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 오면 그저 자신 앞에 쌓여있는 일더미 속에 숨어버린다. 혹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할거야"라는 일시적 관대함이나, "나 같은 사람이 뭘"하는 과도한 겸손으로 자신을 방어하기에 바쁘다. 실천을 통해 얻게 될 소중한 성찰과 자기발전의 기회를 눈앞에서 날려 버리고 만다.
인생은 결코 녹록지 않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미래란 불안함이요, 행복이란 먼 나라의 이야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불안과 행복하지 못함의 이유로 '실천하지 않는 삶'을 지적하고 싶다. 무언가로부터 감동을 받았다는 것은 그것이 내가 꿈꿔왔던 모습이거나, 또는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라는 자기발전을 향한 가슴속에 내재된 열망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무언가가 바뀌기를 원한다면 먼저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 문제를 향한 진지한 고민, 동료들과의 지혜로운 소통, 그리고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할 때 비로소 내 주위를 변화시킬 수 있다.
변화는 마치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처럼 누르면 즉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변화는 결코 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그저 뒤에서 공허한 울림만을 남발하는 것은 동료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말보다는 지금 당장 뭐라도 시작해보자. 지금보다 나은 변화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의 행동으로부터 시작되니 말이다.
119 정신은 희생과 봉사로 대변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의 119 정신에는 도전과 변화의 정신도 포함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하는 방관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실천하는 지성인이 될 것인지 이제는 당신이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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