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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노보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혼자만 행복할 수는 없다"12년째 세이브더칠드런 이끌어 ··· "어린이가 어린이 돕는 모습 뿌듯"
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승인 2017.10.13 09:43
▲ 12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노보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

"어린이들이 다른 나라 친구들을 돕기 위해 달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합니다. 건강도 챙기고, 남도 돕고, 지구촌 문제도 함께 고민해보는 국제어린이마라톤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오는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함께 국제어린이마라톤을 개최하는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김노보(72) 이사장은 "다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역설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대회 준비에 바쁜 틈을 내 12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김 이사장은 "어린 시절 6·25를 겪어 배고픈 설움을 잘 알고 있고 외국의 구호물자 도움도 많이 받았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남한테 받은 도움을 되돌려줄 때"라고 강조했다.

식품업계에서 30년간 일하다가 2004년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감사로 선임된 그는 2006년 5월부터 회장을 맡아오다 2011년부터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2009년 2월부터 2년간 86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의 회장을 지냈고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이사, 한국아동복지학회 부회장 등도 역임했다.

김 이사장에게 세이브더칠드런에 몸담게 된 동기, 긴급구호가 필요한 전 세계 아동 실태,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이 성장 비결, 국제어린이마라톤의 개최 취지와 준비 상황 등을 들어봤다.

--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하게 된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전임 이사장(이상대)과 친분이 있었다. 그분의 권유로 감사를 맡았다가 운영 책임까지 지게 됐다.

-- 평소에도 기부나 봉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나.

▲ 아내가 사회복지사여서 이 분야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품게 됐다.

-- 1945년생 해방둥이여서 외국 구호단체의 도움을 받은 기억이 생생할 텐데, 이제는 도움을 주는 처지로 바뀌었다.

▲ 6·25 동란 때 부모님을 따라 소달구지를 타고 피란을 다녔다. 학교에서 분유 등 구호물자를 많이 나눠줘 배고픔을 면할 수 있었다. 지금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어려운 나라를 가보면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세이브더칠드런 창립자 에글랜타인 젭이 "오늘 우리가 돕는 이가 내일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바로 그런 사례다.

--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은 전 세계에 얼마나 되나.

▲ 지난 6월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다섯 살 미만의 아동 네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모두 1억5천600만 명에 이른다. 또 매일 아동 1만6천 명이 5번째 생일을 맞기도 전에 숨진다. 설사나 폐렴 등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 주요 사망 원인이어서 더 안타깝다. 내가 어린 시절 전쟁의 고통을 겪은 것처럼 지금 시리아와 예멘 아이들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아직도 2억6천300만 명은 학령기가 됐는데도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유엔이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세워 실행을 시작한 2000년에 5세 미만 영유아 사망자 수가 970만 명이었는데 15년 뒤 590만 명으로 40%나 줄였다.

-- 지금까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를 이끌어오면서 뿌듯한 일이 많았겠다.

▲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직원이 15명에 불과했다. 마포의 단독주택을 사옥으로 쓰다가 그것을 팔고 지금 이 자리에 땅을 사서 건물을 지었다. 건물을 짓기 전 컨테이너에서 일하던 시절도 있었다. 2005년 7층 건물을 준공해 처음에는 한 층만 쓰고 나머지는 임대했다가 이제는 우리가 다 쓴다. 상근 직원이 100명, 지부까지 합치면 150명이고, 산하시설 직원도 300명에 이른다.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하는 일도 늘어났고 내실도 다졌다. 임직원과 후원자들의 도움에 감사드린다.

▲ 김노보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이 모자 뜨기 캠페인을 상징하는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성장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세이브더칠드런은 2019년에 창립 100년을 맞는다. 국제 아동구호 NGO 가운데서는 처음이다. 29개 회원국이 120개국에서 개발원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문성과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앞서 있지만 사명감과 뚜렷한 비전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이브더칠드런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2007년 시작한 모자 뜨기 캠페인 덕을 크게 봤다. 일교차가 심한 아프리카 신생아들의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모자를 보내자는 것이다. 10년 동안 78만8천380명이 170만4천152개의 모자를 손수 털실로 떠서 보내왔다. 은행 계좌로 돈만 보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뭔가를 만든다는 게 후원자들의 마음을 산 것 같다. 덕분에 잊혀가던 뜨개질 문화도 되살아났다.

-- 다른 나라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한국의 급성장에 모두 놀라워한다. 후원금의 80%가 개인 기부라는 점도 부러워한다. 개인 후원금은 기업이나 단체 후원금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아직도 지원 규모가 작지만 우리가 개발 경험을 지닌 나라여서 그런지 지원 대상국들도 호감을 품는 것 같다.

-- 최근 들어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부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 우리를 포함해 꾸준히 늘던 구호단체 후원금 규모가 최근 2년 사이 정체돼 있다. 소득 격차가 커져 상대적 빈곤감을 더 느끼는 것이 원인이라고 여겨진다.

-- "우리나라에도 굶는 사람이 많은 데 왜 외국을 도와주느냐"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 세이브더칠드런은 외국 아동만 돕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당장 생계를 잇기 곤란한 아이, 학대받는 아이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래도 외국에는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가 많다.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당장 굶어 죽거나 질병으로 숨지는 아이를 눈앞에서 보면 그런 말을 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도 남을 도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고통받는 아이들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 또한 고통이다. 에글랜타인 젭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행복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동구호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외국 아이들을 돕느라 한국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 국제어린이마라톤을 개최하는 취지를 설명해 달라.

▲ 세이브더칠드런은 전 세계 모든 아이가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을 수 있도록 돕자는 뜻으로 '하이파이브(Hi5) 캠페인'을 펼치며 2011년 영국·브라질·말리·팔레스타인·호주 등 40여 개국에서 릴레이로 수십만 명 어린이가 달리는 국제어린이마라톤을 처음 열었다. 달리면서 남도 돕고, 빈곤국 아동들이 겪는 어려움도 알아보자는 것이다.

-- 서울에서만 대회를 열다가 지난해 군산에 이어 올해는 부산·대구·세종시를 추가했다.

▲ 서울 대회가 큰 호응을 받고 있는데 멀어서 오기 힘들다는 불만도 나왔다. 다른 지역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려고 개최 지역을 늘렸다.

-- 서울 대회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응원과 당부의 말을 해 달라.

▲ 옆 친구가 아프면 나도 마음이 아픈 것처럼 나 혼자만 행복해질 수 없다. 다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회에 참가하는 어린이 여러분은 대단히 값진 일을 하는 것이다. 함께 오시는 부모님들도 아이와 달리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체험 존이나 이벤트 부스를 빠짐없이 들러 아이들에게 지구촌 문제들을 설명해주기 바란다.

▲ 김노보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창전동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사옥에 걸린 국제어린이마라톤 현수막 앞에서 대회 개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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