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컨벤션센터에서 소방청 '119비전 선포식'이 27일 개최됐다.

소방청이 독립하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포하는 자리다. 10년 동안 소방청 독립과 국가직화를 위해 '1인 시위' 등 활동을 해 온 필자로서는 감회가 남다르다.

초청을 받지 못하고 그 역사의 자리에 서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게 대수겠는가.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하던 중 사진 한 장에 몸과 마음이 뭉클해지며 한참 동안을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격려사를 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사진이었다.

세이프타임즈 보도를 보면 김 장관은 "석란정 화재와 같은 사고가 날 때마다 우리 소방관들의 턱없이 부족한 처우와 근무환경이 모두를 부끄럽게 한다"며 "엄청난 책무를 부과하면서 '과연 국가와 국민이 합당한 지원과 존경을 보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우리사회는 여전히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 소방관 순직사고 등을 언급하면서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해 잠시 격려사를 중단하기도 했다고 한다.

▲ 김부겸 안행부 장관이 119 비전 선포식 연설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멍하니 그 사진을 바라보다 난 얼마전에 개봉한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떠올랐다. 보는 내내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봐야했던 영화였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의 사진을 보며 왜 그 영화가 떠올랐을까. 그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개인의 잘못이 아닌 역사가, 사회가 공개적으로 잔인하게 힘없는 한 소녀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사건. 그러나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수도 없고 억울하지만 역사와 국가라는 거대한 구조에 함몰돼 책임을 따질 수도 없이 한 맺힌 응어리를 한 인간의 작은 가슴으로 버텨내며, 위안부라는 꼬리표를 달고 평생을 끔찍한 고통을 안고 살아야 했던 극중 옥분이(배우 나문희).

왜 이런 극중 인물이 김부겸 장관의 눈물과 오버랩되었을까. 그것은 극중에서 옥분이가 미 하원 청문회에서 했던 연설문의 한 대목 때문이었다.

연설 중에 옥분이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I am sorry"라고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상처에 대한 대가가 바로 진심이 담긴 사과 한마디였다는 것이다.

▲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옥분이 연설장면.

연평균 5.4명 순직, 공상자 326명, 평균수명 58세, 최근 5년간 자살자 38명, 소방공무원 68.1%가 질병으로 진행될 잠재적 소견 판정, 소방공무원 27%가 외상후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직업군이 소방공무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목숨을 내걸고 활동해야 하는 소방관의 사명, 운명, 우리 소방관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 사회 안에서 안전이라는 가치, 그리고 그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소방조직, 현장에서 목숨을 담보로 활동하는 소방공무원의 희생을 단순히 힘 없는 조직이라는 이유로, 경제적인 도마위에서 헐값으로 취급되고 정치적인 이해타산으로 저울질 되어 방치되었던 현실, 그리고 그로인한 피해는 국민과 소방관의 희생이란 것으로 짊어져야 했다.

국가가 소방공무원을 책임지라는 요구는 단순히 소방관의 처우를 국가가 책임지라는 이야기일까. 물론 그것도 한 가지 이유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운명적으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소방관들에게 그들의 가치와 희생을 진심으로 국가가 존중해 달라는 것이 아닐까.

한 국가와 사회 안에서 안전이라는 가치가 중요시 되고 이를 지키기 위해 희생당한 소방공무원들에게 진심이 담긴 애도와 그 숭고한 가치를 소중히 지키는 정치권이나 사회적인 문화가 정착되기를 우리는 더 희망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 고진영 전 소방발전협의회 회장

영화 속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상처에 대한 대가가 단지 진심이 담긴 사과라는 위안부 할머니의 바람처럼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소방공무원의 희생에 대한 진심이 담긴 국가의 애도, 그리고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국가의 모습이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국가가 소방관의 희생과 그들의 아픔, 그리고 그 가치를 지켜주지 못해서 진정으로 미안하다는 김부겸 장관의 마음이 사진 한 장으로 전해졌을 때 마음 한 구석에서 그 동안의 힘겨웠던 일들이 눈 녹듯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을 느꼈던 것은 분명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감사하다.

<아이 캔 스피크>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은 진정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김부겸 장관의 진정이 담긴 눈물을 보았다.

그리고 시도지사에게 소방의 국가직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진정 소방관의 아픔을 달래고 국가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 어떤 것인지 시도지사도 이제는 진심이 담긴 선택을, 답변을 내놓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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