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17> 소방고위직 현장경력, 고작 2년5개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왔던 소방간부후보생 제도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소방간부후보생이란 시험에 합격하면 1년 동안 다양한 이론과 실무를 교육받으며, 졸업함과 동시에 초급간부인 소방위(경찰의 경위에 해당)로 임용된다.

신임 소방공무원 계급인 소방사에서 소방교와 소방장이라는 단계를 거쳐 소방위로 도달하기까지 최소 18년 6개월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는 대단히 파격적인 채용이라고 할 수 있다.

1977년 소방간부후보생 1기를 배출한 이후로 2016년 현재 22기를 모집 중에 있으며, 전국적으로는 약 700여명이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도의 본래 취지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서 유능한 지휘관을 양성하고 소방 전반의 기틀을 굳건히 세우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 운용의 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어 마치 ‘양날의 검’ 앞에 서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2014년에 나온 박남춘 의원실의 자료를 보면, 소방간부후보생 출신 10명 중에 약 6명 정도가 현장보다는 행정업무에 배치돼 근무하고 있는 이른바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또한 소방간부후보생 훈련 커리큘럼 중에서 현장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실습시간이 신임 소방공무원의 시간보다 적어 과연 현장에 강한 지휘관 양성이 가능한지 묻고 있다.

한편, 2015년 정청래 의원은 간부후보생 출신 소방고위직 310명의 현장근무 경력이 평균 2년 5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고위직의 평균 재직기간이 20년 2개월인 점을 고려한다면 전체 경력 중에서 약 12%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만 현장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재난을 총괄하는 현장 지휘관이 불과 3년 남짓한 경력으로 소방관들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면서 대형화되고 복잡한 재난을 효과적으로 지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런 이유로 소방간부후보생 제도는 시행 초기단계에서부터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운영했었어야 했다. 재난 유형의 변화, 새로운 소방서비스의 수요증가, 신임 소방공무원을 포함한 소방인적 자원의 학력 및 자질 향상 등 시대의 흐름을 탄력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채 현장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휘관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대목이다.

정말로 행정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소방에서 6급으로 변호사를 채용하는 방식과 같이 행정 전문가를 특별채용해서 보완하면 될 일이지, 굳이 소방간부후보생이라는 이름으로 행정에만 능한 사람을 육성하는 것은 제도의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다.

지휘관의 현장경험 부족은 곧바로 소방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소방 내부의 상호 신뢰감과 연대감은 물론이고 재난대응 전문기관이라는 존재감마저 동반 하락시킬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무조건적으로 제도를 폐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 소방간부후보생 제도를 통해서 유능한 지휘관들이 발굴되었으며, 책을 저술하거나 후학들을 가르치는 등 소방행정 전반의 기틀을 확립하는데 일정부분 기여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 또한, 지금 이 시각에도 일선에서 탁월한 지휘역량을 발휘해 소방의 위상을 높이고 소방의 미래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지휘관들도 존재한다.

소방간부후보생 제도는 건강한 소방조직을 만들어 가기 위한 힘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력과 시각을 가진 인재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점에서도 분명히 그 활용가치는 있어 보인다. 다만 소방서비스의 현재와 미래의 추이를 고려해서 제도를 수정. 보완해 운영할 필요는 있다.

중앙소방학교에서 1년간 교육을 받은 뒤 졸업하면 최소 3년은 화재. 구조. 구급대원으로서 인턴생활을 해 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그 기간 만큼은 잠시 계급을 내려놓고 현장을 먼저 경험한 동료 소방관들로부터 겸손히 배우면서 지휘관으로서의 소양과 자질을 쌓아야 한다.

소방은 그 어느 조직보다도 현장 전문성이 중요하다. 현장을 잘 알아야 소방만의 논리가 선다. 이 논리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그동안 피땀 흘려 노력한 경험의 총체적 산물이며, 곧바로 사회전반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소방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소방내부에서조차도 현장과 책상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소방의 기본임무를 수행하거나, 국가의 예산을 배정하거나, 다양한 국제행사를 추진할 때도, 그리고 전 세계 재난현장에서 구조업무를 수행할 때도 현장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와 같이 안전 전문가란 사람들의 직무유기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소방간부후보생 제도의 전면적인 검토와 대수술을 건의한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수정되어야 할지에 관해서는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의 몫이겠으나, 그 변화의 중심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충분한 현장경험과 경력을 쌓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건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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