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2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뒤 흐르는 눈물을 닦을 여유조차 없다. 4만여명에 달하는 소방공무원이 또 순직했다. 일시와 장소는 '민의의 전당'이라고 하는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가 열린 20일 국회다.

소방관들에게는 또 하나의 숙원인 법안이 심사에 올랐다. 소방공무원도 직장협의회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법안이 상정된 것이다.

하지만 소방관의 숙원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위원의 반대로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4만여 소방공무원에게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일을 바로 소방공무원이 순직한 날이라 명명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MBCㆍKBS 사태에 대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유지되고 공영방송으로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 방법에 있어서 "정부도 노력하겠지만 무엇보다 소속 당자자들이 스스로 정상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 고진영 전 소방발전협의회 회장

그 말인 즉, 각 기관이나 사업체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권리와 권익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것보다 스스로 문제해결을 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정부권력에 의한 해결은 최소한에 그쳐야 된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특정 정권에 의한 해결은 민의를 저버리고 독선으로 흐를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너무도 당연한 진리다.

2009년 1월 5일 우리는 소방관의 노조설립을 허용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소방관은 평균수명 58세, 연평균 순직자 5.4명, 공상자 326명, 자비로 개인장비를 사고 '현대판 노예'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은 특정직 공무원으로서 일반직 공무원보다 근로조건을 두텁게 보호받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 당했다. 인간으로써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권리마저 잔인하게 국가가 앗아간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생명과 인간으로 살며 그 존재감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권리마저 국가에 빼앗겼다. 그런 무방비한 상태에서 지난 17일 우리는 또 동료를 보내야만 했다.

20년 동안 현장 소방대원으로써 무한 반복되는 광경을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해결점은 제시하지 못하고 반짝 관심과 통속적인 애도로 이미지 관리를 하는 정치인들만 판치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희생과 열악한 처우 개선 등을 위해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이 논의 중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처럼 그것은 국가가 최소한의 권한을 가지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방법이다.

우리도 국가에게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관의 권리와 처우를 개선하고 더 이상의 희생이 없도록 우리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을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은 더 근본적인 문제 아닌가.

소방관의 국가직을 반대하는 일부 시도지사와 행정 고위관리들에게 묻고 싶다. 소방관 스스로 자신의 권리와 처우를 개선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직장협의회 설립과 가입 법안을 반대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게 묻고 싶다.

소방관의 목숨이 정략과 정당 이익에 놀아나는 개 돼지 목숨인가. 2017년 9월 20일은 4만여 소방공무원에게 사망선고가 내려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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