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이영욱ㆍ이호현 소방관 영결식장 '눈물바다'

▲ 19일 강릉시청에서 열린 강원도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 소방청 제공

"영욱이 형님, 호현아. 이제는 화마가 없는 곳에서 편히 잠드소서 ··· "

동료 소방관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영결식장 앞을 지켰다. 하루 아침에 동료를 잃은 슬픔에 연방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식장안 좌석 800석은 영결식 시작 30분전 동료 소방관들로 이미 가득 찼다. 자리를 뜨지 않고 두 사람의 영정을 멍하니 응시했다.

식장 한편에는 강릉시 가족봉사단의 '소방관의 순직 더이상 없길'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영결식 시작 3분 전 두 사람의 위패가 식장 안으로 들어섰다. 유가족들은 슬픔에 젖은 몸을 겨우 가누며 그 뒤를 따랐다.

누구보다 믿음직했던 부하 직원의 약력을 소개하는 이진호 강릉소방서장의 목소리가 슬픔으로 가늘게 떨렸다.

영전에는 이제 다시는 입을 수 없는 방화복과 정복이 놓였다. 그 앞으로 1계급 특진 추서와 공로장, 훈장추서가 차례로 놓여 빛을 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불과 한달여 전 '2018 동계올림픽 안전개최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 대테러 훈련'으로 찾았던 강릉에서 불의의 사고로 산화한 두 소방관을 애도했다.

최 지사는 영결사를 통해 "함께 했던 지난날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겠다"며 "따뜻한 온기와 아름다운 마음만을 품고 새로운 세상에서 편히 영면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조사는 며칠전까지 두 소방관과 한솥밥을 먹었던 경포119안전센터 허균 소방사가 읽었다. 조사를 읽기 위해 강단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허 소방사는 울컥하는 기분에 잠긴 목을 겨우 가다듬으며 조사를 읽어나갔다.

"비통한 심정으로 당신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한스럽고 가슴이 메어 옵니다. 하늘이 무너졌습니다"라는 말에서 애써 꾹꾹 눌러 담은 감정도 무너져 내렸다. 허소방사가 두 사람의 이름을 목놓아 외치자 유가족들의 소리 없는 울음도 오열로 변했다.

▲ 영결식이 끝난 뒤 이영욱ㆍ호현 소방관의 시신이 솔향하늘길 화장장으로 운구되고 있다. ⓒ 소방청 제공

고개를 숙이고 슬픔을 감추려 했던 동료들도 이내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의 영정사진을 보며 울먹였다.

이어 남진원 시인이 두 소방관을 위해 바친 헌시 '임의 이름은 '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소방관'이 낭송됐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를 남긴 채 홀연히 떠난 두 사람을 애도하는 시 한 구절 한 구절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헌화와 분향 순서가 되자 영정사진 앞으로 국화꽃이 수북이 쌓였다. 동료들은 영정을 향해 거수경례하며 고결한 소방정신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차가 솔향하늘길 화장장으로 향했다. 동료 소방관들은 운구차 양옆으로 도열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두 소방관은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로 돌아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두 사람은 지난 17일 오전 4시 29분쯤 강원 강릉 석란정에서 화재진화 중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 깔려 순직했다. 센터내에서 가장 맏형인 이 소방경은 1988년 2월 1일 임용돼 30년 동안 각종 재난현장을 누빈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이 소방교는 소방관이 되고 나서도 '사고 없이 일하려면 체력관리가 중요하다'며 자기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을 정도로 직업정신이 투철한 소방관이었다.

두 사람은 늘 한 조를 이뤄 근무했다. 지난 1월에는 20세기 한국 최고의 전통가옥으로 선정된 중요민속문화재 강릉 '선교장'을 화마로부터 지켜냈다. 5월 강릉산불 때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화마로부터 주민과 가옥 보호는 물론 주요시설 보호에도 큰 몫을 다한 '진정한 소방맨'이었다.

강릉소방서를 비롯한 강원 소방 동료들은 "영원히 동료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지만, 국가와 국민의 부름에 눈물을 훔치며 현장 속으로 달려가겠다"며 "다음 생에는 대접받고 인정받으며 생명을 담보로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직업인으로 태어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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