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정사가 말하는

미술관에 가보면 어떤 사람은 벽에 걸린 작품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바쁘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한 작품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몇 시간이고 그 앞을 떠날 줄 모른다. 왜 같은 것을 보고도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일까? 그들이 본 것은 정말 같은 것일까?

세계적인 미술품 감정사이자 프랑스 아작시오 미술관 관장 필리프 코스타마냐의 자전적 에세이 <가치를 알아보는 눈, 안목에 대하여>(아날로그 펴냄, 1만7000원)가 출간됐다.

안목(眼目)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분별하는 능력'이다. 안목은 예술분야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필요하다. 일과 삶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눈, 즉 안목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 책은 안목을 키워나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타고난 예술적 감성과 예리한 관찰력, 끊임없는 호기심, 부단한 연구와 경험, 자만과 유혹에 빠지지 않는 철저한 자기 절제와 도덕적 인성까지 이 모든 것이 융합되어야만 비로소 안목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코스타마냐는 오늘날 대안목가로 성장하기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독자에게 보여줌으로써 수준 높은 안목이 형성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파리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보낸 10대는 미술관과 함께한 시절로 요약된다. 본격적으로 대학 시절에는 미술사에 빠져들었다.

또한 전문 감정사로서 이른바 '위대한 발견'을 이뤄낸 과정도 소개한다. 우연히 들른 니스 미술관에서 햇빛 아래 반짝이는 브론치노의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발견한 일화, 브론치노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던 '류트 연주자의 초상'의 원작자가 폰토르모임을 밝혀낸 일화, 실비 베갱 교수와 함께 라파엘로의 초기 작품인 '천사' 그림을 찾아낸 일화 등.

미술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위작의 달인들, 프랑스 미술시장의 교차로 역할을 하는 드루오 경매소의 뒷이야기, 역사상 위대한 감정사들(베렌슨, 롱기, 제리)의 활약상 등 전문가가 아니라면 접하기 어려운 미술계 깊숙한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여기에 명화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안목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은 결국 '보는 것'에 관한 문제라고 이 책 전체를 통해 이야기한다. 그는 "안목은 보는 것에 관한 문제"라며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를 보지만 다 똑같이 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즉 보는 사람의 안목에 따라 각자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 다 다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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