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四面楚歌(사면초가)  넉 사(四) 낯 면(面) 초나라 초(楚) 노래 가(歌)

<<사기(史記)>>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온다.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라는 뜻으로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이나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처해 있음을 이른다.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와 한(漢)의 유방(劉邦)이 패권을 놓고 다투다가 궁지에 몰린 항우에게 마지막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아끼던 장수 범증(范增)마저 항우를 떠나고, 동쪽으로 돌아가던 도중 해하(垓下)에서 항우는 한(漢)나라의 명장 한신(韓信)에게 포위당했다.

빠져나갈 길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병졸은 줄어들며 군량미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느 날 밤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가뜩이나 고달픈 초나라 병사들로 하여금 고향을 그리워하게 하는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항우는 진중에서 마지막 주연을 베풀고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는 시를 지어 자신의 운명을 탄식했으며, 그의 총애를 받던 우미인(虞美人)은 그의 시에 화답하고 자결했다. 이후 항우는 800기(騎)의 잔병을 이끌고 오강(烏江)까지 갔다가 결국 건너지 않고 그 곳에서 자결했다.

▲ 이선욱 논설위원ㆍ고문

어떤 이는 현재 우리의 상황이 사면초가라고 한다. 그러나 고사를 보면 사면초가에 속한 곳은 한국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일 수도 있다.

북한 스스로 고립무원을 자초했고, 김정남 암살 사건을 두리뭉실하게 처리한 말레이시아처럼 중국마저도 겉으로는 북한에 등을 돌리겠다고 허언(虛言)하고 있으니, 굳이 사면초가가 우리만의 상황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면초가에 해당하는 나라가 북한도 포함된다면 우리가 불러야 하는 초나라의 노래는 무엇일까? 한쪽에서는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를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폄훼한다. 한쪽에서는 대한민국의 핵무장을 이야기하고 한쪽에서는 ···.

서로 각을 세우고 있는 정치외교적인 해답 중에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단정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부를 수 있는 초나라 노래라도 마음껏 불렀으면 좋겠다. 아리랑 ♪ 아리랑 ♪ 아라리요 ♩♬∼

■ 이선욱 논설위원고문 = 세이프타임즈 최고령(76) 시민기자다. 인재개발교육원장을 역임하고 상임감사 겸 고문을 맡고 있다. 예학자(禮學者)인 이 고문은 한국전통예절교육원장으로 예절강의와 800여 차례의 '안전기원제'를 집전(執典)했다. 한국주례연구회 회장으로 1050회에 달하는 결혼식을 주관한 전문주례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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