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兎死狗烹(토사구팽) 토끼 토(兎) 죽을 사(死) 개 구(狗) 삶을 팽(烹)

교활한 토끼가 잡히고 나면 충실했던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서 잡아먹게 된다는 뜻이다. 사기(史記) 회음후전(淮陰候傳)에 나오는 토사구팽은 필요할 때는 요직에 기용해 잘 부려먹고 형세가 안정되고 더 이상 필요 없어지면 과거의 공적을 무시하고 퇴출시켜 버리는 경우를 뜻한다.

몸이 묶인 한신은 '이제 마지막이다'고 생각해 고조 유방(劉邦)에게 이렇게 항변했다.

"교활한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좋은 사냥개도 삶아 먹고(狡兎死良狗烹ㆍ교토사양구팽), 하늘을 나는 새를 다 잡고 나면 좋은 활은 곳간에 들어가고, 적국을 쳐부수고 나면 지혜로운 신하는 버림받는다고 하더니, 한나라를 세우는 데 분골쇄신한 저를 폐하께서는 죽일 참이십니까?"

이 일화에서 토사구팽이라는 고사성어가 탄생하게 됐다.

▲ 이선욱 논설위원ㆍ고문

토사구팽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고대로부터 현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경우 김정은이 자신의 안정적인 집권을 위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현대판 토사구팽의 대표적인 사례다.

김정은의 이런 행동은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과도 비슷하다. 김일성 역시 북한 정권을 세우는 데 일조했던 수많은 그의 동지들을 6ㆍ25 남북전쟁 이후 갖가지 누명을 씌워 숙청하지 않았던가. 토사구팽을 시키는 몰염치의 피도 할아버지에서 손자로 계승되는 것 같다.

북한이 김정은 혼자 세운 나라가 아니라면, 오늘 우리들의 이웃이 돼 있는 북향민(北鄕民)도 김정은에게 팽을 당한 사람들일 것이다. 오늘의 북한을 일으켜 세운 북향민들을 김정은이 팽시키지 않았다면 이들이 이곳까지 삶의 터전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0과 1이 친구가 돼 10이 됐더니 그동안 작은 숫자라고 친구로 받아주지 않던 다른 숫자들이 친구가 되고 싶다고 찾아왔다고 한다. 억울하게 팽을 당한 이들을 껴안는 것은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리라.

■ 이선욱 논설위원고문 = 세이프타임즈 최고령(76) 시민기자다. 기자스쿨을 4기로 수료한 뒤 인재개발교육원장을 역임하고 상임감사 겸 고문을 맡고 있다.

예학자(禮學者)인 이 고문은 한국전통예절교육원장으로 예절강의와 800여회에 달하는 '안전기원제'를 집전(執典)했다. 한국주례연구회 회장으로 1050회에 달하는 결혼식을 주관한 전문 주례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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