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ㆍ유해물질 불검출 ··· 수원시, '원인분석팀' 가동

지난여름 경기 수원시 수원천에서 갑자기 죽은 물고기 500여 마리의 사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에서도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수원시가 끝까지 사인을 밝혀내겠다면서 공무원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원인분석팀까지 꾸려 가동하고 있어 사인을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수원시는 지난 5일 밤 경기도 수원시 수원천 물고기 500여마리가 폐사해 하천물을 채취,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죽은 물고기를 수거하는 시청 직원.

사건은 지난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밤 9시께 수원시는 팔달구 매교동 매교다리 아래 수원천에서 붕어와 피라미 등 물고기 500여 마리가 폐사했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았다.

시는 즉시 현장에 나가 물고기와 하천수 시료를 채취하고 다음날 오전 폐사한 물고기를 모두 수거했다.

시는 물고기 폐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다음날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는 하천수 시료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는 물고기 시료 분석을 의뢰했다.

물고기가 폐사한 매교다리 주변은 주택가와 상가로 형성돼 있어 공장 유독물질이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적은 지역이지만, 만에 하나 유독물질이 유입돼 시민에게 피해를 줄까 봐 시는 정확한 폐사 원인을 밝히고 싶었다.

그러나 시는 최근 국과수로부터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감정서를 받았다.

청산염, 유기염소제류 등 9종의 약성분·독극물 성분을 조사했으나 죽은 물고기에서는 어떤 약독물도 나오지 않았다.

국과수는 "물고기 폐사 원인은 폐사 당시 환경조건, 현장상태 등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조사한 하천수에서도 비소와 카드뮴 등 7가지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부유물질(SS), 총질소, 총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도 모두 기준치 이내였다.

두 전문 분석기관에 의뢰하고서도 폐사 원인을 찾는데 실패한 수원시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시는 고민 끝에 물고기 폐사 재발을 방지해 수원천 생태계를 보전하고, 유사한 사고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폐사 원인을 밝히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내 어류 분야 전문가인 최재석 강원대 어류연구센터 박사, 장순웅 경기대 교수, 강은하 수원시정연구원 박사 등 민간 전문가와 수원지역 환경관련 단체, 공무원 등 13명으로 '원인분석팀'을 구성했다.

원인분석팀은 폐사 원인조사를 위한 기초자료 수집, 폐사 지점 현장 조사, 토론회 등을 거쳐 최종 폐사 원인보고서를 만들어 10월 초 시민들에게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시가 현재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폐사 원인은 용존산소량 부족이다.

폐사 당일 오후 4시 30분께 수원지역에는 가뭄과 폭염 끝에 국지성 소나기가 내렸는데, 이로 인해 수원천 바닥에 부유물이 쌓이면서 산소가 부족해 물고기가 폐사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다른 수원천 구간에서는 물고기가 죽지 않고 매교다리 근처에서만 물고기가 폐사했는지에 대한 이유 등 밝혀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앞 원천리천 삼성중앙교 앞에서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우수토구(토실) 물고기 집단폐사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말 발생한 원천리천 물고기 폐사의 근본 원인이 폐기물 관리법 등에 규정된 의무를 삼성전자가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삼성전자를 폐기물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원시가 하천 물고기 폐사에 대해 국과수 의뢰와 폐사원인분석팀 구성 등 다소 호들갑(?)을 떠는 것은 지난 3월 수원시 영통구 신동 아파트 단지 주변 도금공장에서 발생한 무수크롬산 유출 사고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수원시는 유출 사고 당시 현장 조치를 제대로 취했음에도 유출 사실을 주민들에게 곧바로 알리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문제가 커지자 주변 토양·지하수·공기·농작물 등에 대한 오염 조사, 아파트 주민 건강조사를 하면서 건강과 환경에 이상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 지난 2014년 10월 31일 수원시 영통구 원천리천 물고기 집단 폐사 사건도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됐다.

당시 수원 원천리천 일대에서 피라미, 붕어, 떡붕어, 잉어 등 물고기 1만 마리 이상이 폐사했는데, 이는 조사결과 인근 삼성전자 하청업체로부터 흘러나온 독성물질 때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수원시 담당공무원이 물고기 사체분석을 의뢰하지 않은 채 모두 쓰레기로 처리하고, 업체 방류수 성분분석을 의뢰하면서 유해물질·중금속은 빼고 단순 항목만 포함하는 등 미숙한 일처리로 시민단체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수원시 관계자는 "앞으로 환경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원인을 조사해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물고기 폐사 원인 분석 작업을 통해 물고기 폐사관리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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