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대 1 경쟁률 뚫고 '문화유산 리더십 프로그램 담당관' 발탁

문화재 보존과 복구 분야의 최고 국제기구로 꼽히는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사무국 직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10년 동안 문화재청 국제교류 담당 직원으로 활약하며 조선왕릉,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우리 문화재 다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등재에 큰 힘을 보탠 문화재 전문가 조유진(36) 씨다.

▲ 문화재 보존·복구 분야의 최고 국제기구로 꼽히는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에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사무국 직원이 탄생했다.주인공은 10년 동안 문화재청 국제교류 담당 직원으로 활약하며 조선왕릉,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우리 문화재 다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등재에 큰 힘을 보탠 문화재 전문가 조유진(36) 씨.

그는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ICCROM이 작년 노르웨이가 기탁한 기금을 바탕으로 신설한 문화유산 리더십 프로그램(World Heritage Leadership Programme)의 기획과 운영을 책임지는 담당관으로 뽑혀 지난 달 말부터 로마에 있는 ICCROM 본부에서 근무 중이다.

작년 말 채용 공고가 났을 때 전 세계 문화재 분야 유수의 인재들이 대거 지원했으나, 조 씨는 그동안 세계 문화유산 관련 실전 무대에서 다져진 탄탄한 실력을 앞세워 280대 1의 경쟁률을 가뿐히 뚫고, 문화재 분야 '꿈의 기구'에 입성했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문화재 전문가 약 50명으로 구성된 ICCROM 사무국의 한국인 진출은 우리 문화재계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쾌거로 평가되는 동시에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는 세계 유산 등재 싸움에서 알게 모르게 한국 측의 큰 자산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ICCROM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등재에 깊숙이 관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와 함께 유네스코 자문 기구로, 두 기관과 수시로 협의하고, 교류를 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조 씨의 ICCROM 입성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유산 관련 정보와 흐름에 좀 더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외교가와 문화재계에서 일고 있다.

▲ 문화재 보존·복구 분야의 최고 국제기구로 꼽히는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에 한국인으로 사상 처음 진출한 조유진 씨(36).

28일 유서깊은 로마 트라스테베레 구역에 자리한 ICCROM 본부에서 만난 조 씨는 "지난 몇 년 간 이 분야에서 일하며 쌓은 인적 네트워크가 큰 작용을 한 것 같다"며 "신설된 프로그램을 맡아 일하게 돼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고 말했다.

고려대 한국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5년 문화재청 국제협력과에 특채돼 10년 동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보존 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세계유산 회의에 우리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줄곧 참석해왔다.

2014년 문화재청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건국대 세계유산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문화재청 자문위원, 외교부 자문 역할 등으로 문화재 관련 한우물을 계속 파왔다.

2015년 7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첫 한국인 겸 사상 두 번째의 아시아 출신 보고관으로 선출돼 국제 무대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보고관은 각국이 신청한 문화유산, 자연유산의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각 나라의 요구 사항과 수정 문구 등 회의 내용을 꼼꼼히 파악해 최종 결정문에 반영되도록 조율하는 직책으로, 전문 용어와 국제 문화재 분야 쟁점은 물론 영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해야 하는 까다로운 자리다.

조 씨는 작년 7월 터키에서 열린 제40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보고관 역할을 매끄럽게 해내며 국제 문화재 분야 인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ICCROM은 문화재에 대한 전문 지식과 열정,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보낸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영어를 무기로 국제무대를 종횡무진한 그의 경력을 높이 사 야심차게 시도하는 '문화유산 리더십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그를 낙점했다.

조 담당관은 "지금까지 문화재청 등에서 했던 일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것이었다면, ICCROM에서의 업무는 등재된 유산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보다 인간 중심적으로 보존·관리하느냐로 모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각국의 문화유산·자연유산 전문가들과 유산 관리 담당자들의 역량 강화 교육을 하고, 지금까지 단순한 물리적 보존에 치중돼 온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을 지역 주민, 지역 공동체와 연계해 보존·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 등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화재 보호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게 문화재 업계의 최근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라며 "향유할 사람과 (문화재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한 존중 없이 섬처럼 외따로 떨어진 문화재는 존재의 의미가 없기에, 문화재 역시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런 인식이 전 세계 문화재 보존과 복구, 관리 현장에 적극 적용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궁리해 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털어놨다.

그는 "문화재는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각기 다르고, 개발이나 실제 문화재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연관된 충돌 사례도 빈번하기 마련"이라며 "세계 각국의 문화재가 어떤 과정을 통해 갈등을 극복하고, 관리와 보존을 위한 합의점을 찾아가는지를 지켜보며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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