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세이프 (mind safe) <7>

2003년 2월 18일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로역에서 대형 지하철 화재사고가 일어났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6년 2월 18일, 대구 중앙로역 지하에 ‘기억의 공간’이라는 추모벽이 조성되었다. 이 추모벽은 추모 공간 및 안전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시 발생한 지하철역 사고는 사상자가 350명(사망 192명, 부상 148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지금도 부상자들 중 일부는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시 지하철 화재사고 부상자들의 6년 후 정신과적 특성(하신숙 외 3명, 2009)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사고의 부상자들은 사고 발생 6년 후에도 외상후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이 연구에서 부상자 103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6년이 지난 후에도 연구참여자들 중 40%가 상회하는 PTSD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부상자들은 시간이 경과하여도 사회적으로 회피적이고 타인과의 관계를 불편해하거나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부상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여전히 스트레스에 취약해져 있다고 밝혀졌다.

우리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다.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건 사고 등으로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그와 유사한 것만 보아도 놀라게 된다. 지하철 화재사고에서 살아난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는 것을 무서워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은 사고 난 장소를 지나쳐가기만 해도 끔찍했던 그 사건이 생각이 난다고 한다. 또한 사건 발생 장소를 지나가지 못하고 멀리 돌아서 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회피현상이라고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이론 중 정보처리 이론을 주장한 포 등(Foa, Steketee, & Rothbaum, 1989)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상 중 회피현상을 기억 시스템의 통합의 실패로 설명하고 있다. 즉 회피현상은 우리의 기억처리 시스템이 적절히 처리하지 못한 결과이다. 기억 시스템 속에서 경험했던 외상 사건들이 적절한 방법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그러나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외상경험에서의 두려움을 통합처리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회피행동을 하게 된다.

우리 주위에 큰 사건 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당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몸을 다치는 동시에 마음도 다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을 다친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과 유사한 사건 사고를 보거나 듣는 것조차 힘들어 할 수 있다. 그들은 결코 정신력이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끔찍한 외상사건 경험 충격의 결과, 우리의 기억 처리 시스템은 적절한 처리를 하지 못하고 회피행동을 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회피행동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는 마치 화상을 입은 사람이 그 상처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그 고통을 참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심리적인 화상을 입은 이들은 조그마한 자극에도 심리적으로 충분히 힘들어할 수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이론 중 정보처리 이론을 주장한 포 등(Foa, Steketee, & Rothbaum, 1989)은 외상기억을 재구조화하는 방법을 통하여 외상후 스트레스 치료를 한다. 이들은 우선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든 다음 외상기억을 점진적으로 노출시킨다.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두려움의 재습관화를 통해 외상후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주위에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는 이들이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 왜 힘들어 할까?' 한 번쯤 질문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방치하지 말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한 치료를 위한 체계적인 심리치료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외상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웃들의 아픔을 덜어 줄 수 있다. 이들도 두려움으로 인한 회피행동을 하지 않고 당당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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