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16> 교통사고 수습 소방관 부상 그후

지난 달 부산에서는 교통사고를 수습하던 소방관 2명이 2차 사고로 인해 큰 부상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어려운 일에 나서서 국민의 손과 발이 되어준 그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국민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 3년 동안 교통사고로 인한 2차 사고는 연평균 503건으로 집계되었으며, 연간 사망자만 해도 33명이라고 하니 현장활동을 하는 소방관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현장출동 소방관의 2차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국민안전처의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사고가 난 후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이 아닌, 기왕이면 장기적 관점에서 소방의 현장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소방관의 보건과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방관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수호자다. 소방관 1명당 시민 1300여명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어 만약 한 명의 소방관이라도 다치게 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모든 사고를 사전에 100% 예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준비된 현장대응 능력은 소방의 존재감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소방은 현장에서 전문성으로 말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경험이 많은 지휘관, 보건안전담당관, 그리고 소방대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잘 만들어진 매뉴얼이나 대책이라고 할지라도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장에서 전문성이 없는 조직의 결과가 어땠는지 우리는 이미 세월호 참사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배우지 않았는가.

현재 소방에게 당면한 중요한 과제중 하나는 바로 현장에 강한 인적자원을 발굴해서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소방이 현장에 특화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서지 못한다면 무늬만 ‘재난’을 다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현장은 분명 교과서와는 다른 점이 많다. 소방의 사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험 많은 현장 전문가들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하지만 현실은 사고가 나면 대처하는 미봉책으로만 가득 차 보인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보다는 그 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서둘러서 마무리 짓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가 힘들다.

소방관 한 사람을 발굴해서 현장 전문가로 육성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예산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몇 가지 제도적 걸림돌도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것 하나가 바로 순환보직제도다.

소방조직 역시 순환보직이라는 제도와 힘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인사발령장 하나면 제 아무리 현장에 숙달된 소방관이라고 할지라도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현장에서 나와야 한다.

한편 ‘멀티소방관’이란 제도도 현장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하나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제도의 본래 취지는 화재, 구조, 구급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모든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춘 소방관을 양성한다는 것이지만 이 제도는 이미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한 사례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현장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그만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쌓아온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현장을 사랑하고 평생 지키고자 하는 소위 ‘현장덕후’가 소방에는 절실한 것이다.

소방관과 시민을 위협하는 2차 사고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그리고 예방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사고의 유형을 잘 살펴서 사전에 충분히 교육하고 훈련한다면 불필요한 사상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양한 사고를 예측할 만한 현장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소방의 영향력은 숫자나 규모가 아닌 고도로 훈련된 소방관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많은 소방관들이 있다고 해도 잘 훈련되지 않아 현장을 장악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에서 소방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현장업무는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현장에 제일 적합한 소방관들로 구성해야 마땅하다. 건강조건, 현장 전문성, 보유 자격증,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장을 뛰고 싶어 하는 본인의 의사와 직무 적합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서 선발해야 한다.

아울러 그들이 전적으로 현장을 책임지고 지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함은 물론이고, 본인이 희망하는 한 현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인센티브를 포함한 강력한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역할이 곧 소방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보직 결정은 자칫하면 소방서비스의 전반적인 질을 떨어뜨릴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반복된 소방관의 부상 또는 순직사고로부터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소방이 현장의 전문가로 거듭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을 변화시키고 미래를 준비하는 국민안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이건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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