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2010년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이래 7년만의 결실

삼성이 마침내 신약개발에 도전한다.

2010년 5월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사업 관련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바이오제약 분야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은 지 7년 만이다.

또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및 상용화를 목적으로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지는 5년 만의 성과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본 제약사 다케다제약과 공동으로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후보물질이나 기술을 상대방으로 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두 회사가 신약 개발 전 과정에 공동 투자하고 협력하는 형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체 보유한 바이오의약품 개발 플랫폼 및 기술과 다케다제약의 신약 개발 역량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이번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계약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다케다제약은 신물질 탐색, 임상, 허가, 상업화에 이르는 신약 개발의 전 과정에 협력할 방침이다.

우선 두 회사는 급성췌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TAK-671'의 공동 개발에 착수하고, 앞으로 다른 바이오 신약으로 협력을 확대한다.

TAK-671은 다케다제약이 발굴, 개발한 후보물질로 현재 전임상 단계다. 아직 임상 전 단계이므로 두 회사가 협력해 향후 임상을 이끌어가기에 적합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설명이다. 또 급성췌장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환자의 수요가 높고, 다케다제약이 소화기 내과 분야 치료제에 강점이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TAK-671의 전임상에 합류해 내년에 다케다제약과 임상 1상을 공동 수행할 예정이다. 대개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탐색과 발굴, 동물실험과 같은 전임상을 수행한 후 임상 1~3상의 단계를 거친다.

제약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 개발에 도전하면서 삼성의 바이오 산업이 본격화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하면서 미래보다는 현재의 수익에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왔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다국적제약사들과 파트너십을 통한 신약 개발을 검토해왔고 적정한 파트너사를 찾아 신약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파트너사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신약 개발로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사업 확장에 대한 위험은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댄 큐란 다케다제약 대외협력·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플랫폼 및 기술에 대해서 높게 평가한다"며 "연구개발에서 상업화까지의 협력을 통해 시간 및 비용 측면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지난 5년 동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플랫폼 및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한뒤 "다케다제약과의 공동 개발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역량을 바이오 신약으로 확대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성분명 에타너셉트, 유럽 판매명 베네팔리)와 '렌플렉시스'(성분명 인플릭시맙, 유럽 판매명 플릭사비) 등을 판매하는 바이오의약품 업체다.

1781년 설립된 일본의 다케다제약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이 161억달러(한화 약 18조3천78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다국적제약사다. 1915년 자체 연구소를 설립했고 1970년대부터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늘려 신약 개발에 집중해왔다. 전 세계 70여개 파트너사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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