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1만원에 3마리', 전문음식점 '성업'

▲ 폐계닭 전문점이 판매하고 있는 닭볶음탕. ⓒ 문예진 기자
▲ 폐계닭 전문점이 판매하고 있는 닭볶음탕. ⓒ 문예진 기자

'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늙어 산란율이 떨어진 노계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에는 이들 닭을 활용한 '폐계 전문 음식점'까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산란계는 늙어 더 이상 알을 낳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노계'로 분류, 폐사시키거나 특정부위를 고양이 등 애완동물의 사료로 만든다. 육질이 질겨 식용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이프타임즈(www.safetimes.co.kr)가 17일 제보를 받아 취재한 결과 '독특한 맛'을 상술로 포장, 소비자를 현혹하는 음식점이 성업하고 있다. 폐계 역시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살충제에 오염된 폐계 유통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6일 브리핑을 통해 "산란계 노계 일부가 달걀 생산 능력이 떨어진 뒤에 식용으로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는 살충제 오염 가능성이 있는 산란계가 사용된 가공식품은 확인하는 대로 전량 수거·폐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문제가 된 농장에서 생산된 모든 계란에 대해서만 폐기 처분하고, 폐계 유통에 대해서는 전면조사를 하지 않아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모양새다.

경기 남양주 '마리농장'과 강원 철원 '지현농장' 등에 공급한 '피프로닐' 공급시기도 주목된다. 포천시는 지난 16일 남양주 마리농장에 피프로닐을 공급한 포천의 한 업체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결과 철원·양주·포천 등 4개 농장에 피프로닐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프로닐 공급 시기는 지난 6월말부터 지난달 중순까지다. 모두 분말 형태의 피프로닐 50㎏이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4곳 농가는 구매한 피프로닐을 모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 마리농장 계란. ⓒ 식약처
▲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 마리농장 계란. ⓒ 식약처

그렇다면 이 기간 피프로닐에 오염된 폐계는 어떻게 됐을까 하는 점이다. 또 과거에 피프로닐에 오염된 수많은 폐계는 어디로 갔을까. 시민과 네티즌들은 이들 닭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 A씨는 "폐계닭 전문점이 있을 정도로 시중과 식당에 유통되고 있다"며 "시골 5일장은 물론 차떼기로 싣고 동네방네 돌아 다니며 팔고 다닌다. 양계농가의 살충제 살포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살충제에 오염된 수백만마리 폐계닭은 어디로 갔을지 생각해 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시민 B씨는 "산란이 끝난 폐계닭을 양계농가에서 폐기처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헐값에 상인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며 "대한민국 산란계 농가들 가운데 폐계닭 1마리라도 자진해서 폐기처분하는 농가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폐계닭 전문점에서 식사를 했다는 네티즌 C씨는 "○○도 ○○시에 있는 폐계닭 전문점이 닭볶음탕을 잘한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가서 먹고 온 것이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노계 구입을 문의하는 글도 올라 와 있다. 다음의 한 카페에 D씨는 "노계를 1만원에 3마리씩 사왔다"면서 "더 싸게 대량으로 살 수 있는 곳이 어딘지 알고 싶다"고 질의했다.

D씨는 "도매로 작은 것 기준으로 1마리당 1000원 아래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달에 30마리씩 필요하다. 저렴하게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는 곳을 알려 달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대해 E씨는 "시골장에 가면 폐닭을 파는 분들이 있다"면서 "그분들에게 물건을 공급해 달라고 하면 잡아서 공급을 해준다. 5일장이 열리는 시골장에 가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시민 F씨는 "닭고기 육수를 만들기 위해 저렴한 폐계를 주로 이용했는데 최근 살충제 계란 파문후 최근에는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관계 당국이 폐계 유통에 대한 전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전지역 농협마트 계란 진열대에 판매 중지 안내문과 다른 식품이 진열돼 있다. ⓒ 오선이 기자
▲ 대전지역 농협마트 계란 진열대에 판매 중지 안내문과 다른 식품이 진열돼 있다. ⓒ 오선이 기자

한편 17일 대전지역에서도 '살충제 달걀'이 발견됐다.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은 15~16일 유성구 한 산란계 사육농장에서 지난 4일과 15일 생산한 두 종류의 달걀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에톡사졸이 0.01㎎/㎏ 검출됐다.

에톡사졸은 거미와 진드기 등을 없앨 때 사용하는 살충제로 미량이라도 검출돼서는 안 된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대전 유일의 산란계 농장으로 6100여마리를 사육 중이다. 하루 평균 5000여개의 달걀을 생산해 시내에 유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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